[생각해봅시다] 제천영육아원 자진폐쇄 결정

입력 2013-07-03 18:08 수정 2013-07-03 22:20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로 수용 아동들에 대한 가혹행위가 사실로 확인된 충북 제천시 제천영육아원이 돌연 자진 폐쇄를 결정했다. 버림받은 영아와 유아들을 보살피면서 ‘고아들의 요람’으로 불렸던 시설이 반세기 만에 문을 닫는 씁쓸함을 남겼다.

제천시는 제천영육아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화이트아동복지회가 지난 6월 21일 이사회(이사장 제인 화이트)를 열어 자진 폐쇄를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제천영육아원은 전날 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인권위 발표 후 시설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 최근 이사회에서 폐쇄 조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천영육아원 측은 조만간 58명 원생 이전 계획을 마련한 뒤 시에 폐쇄 신고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원생들만 피해자로 버림받게 됐다.

시는 시설 폐쇄로 인한 원생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처벌 수위를 낮춰 ‘시설장 교체’로 행정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 시설은 명성이 실추되면서 더 이상 시설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자 자진 폐쇄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원생들은 갑작스러운 자진 폐쇄 결정에 크게 동요하며 “우리는 누구도 폐쇄를 원치 않는다”고 시설 측에 항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에서도 이 시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시설은 1963년 미국인 선교사 제인 화이트(한국명 백제인·76) 여사가 방 4칸을 빌려 만든 고아원이 모태가 된 사회복지시설이다. 지난 50년간 아동 1234명을 양육했다.

청주대 표갑수(65·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명예 실추보다는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더 중요하다. 이사회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아이들 입장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동하는복지연합 양준석(42) 사무국장은 “아이들의 생존권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시설이 정상화되길 희망했다.

인권위는 지난 5월 이 시설의 아동 50여명이 오래전부터 관행적인 체벌과 가혹행위에 시달려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언론은 이를 크게 보도하며 시설 측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하지만 원생 출신자 일부는 “사실과 다르다. 조사가 너무 일방적이었다”고 항변하며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제천=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