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돌린 대학, 눈감은 교육부… 등록금으로 교직원 연금 대납
입력 2013-07-03 18:08 수정 2013-07-03 22:17
학생들이 낸 등록금 2080억원을 교직원 복지비로 유용한 대학과 교직원을 교육부가 대거 적발했지만 돈은 회수하지 않기로 했다. 법규정 미비로 회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 중순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도 1년 넘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실상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3일 교육부 감사관실에 따르면 전체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한 특정감사 결과 44개 대학에서 사학연금, 개인연금, 건강보험료 등의 개인부담금을 교비회계(등록금 포함)에서 대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에는 ‘개인부담금은 기준소득월액의 1000분의 70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한다’며 개인부담 원칙과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이 이를 어기고 등록금 등으로 교직원들의 개인부담금을 내주다 적발된 것이다. 이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는 게 감사관실의 설명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 돈의 회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외부 법률자문 결과 단체교섭을 통해 이미 지급된 돈은 회수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개인부담금을 대학이 내준 행위가 단협을 통한 임금인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따라서 지금까지 위법하게 쓰인 돈은 어쩔 수 없고 개인부담금을 대학이 내지 못하도록 명문화한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학가에서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뤄진 등록금 유용 실태를 알고도 눈을 감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용된 돈을 회수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 노력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경기대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116억원을 교비로 대납한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에도 이 돈을 회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지만 당시 교과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회수하지 않는 쪽으로 마무리했다. 이러다 보니 등록금으로 개인부담금을 대납하는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이런 관행이 이뤄지고 있는 대학에 직원들을 보내고 있다”며 “등록금 유용 관행과 법규정 미비를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