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위기상황 아니라는데… 가계빚 961조, 한국경제 위협
입력 2013-07-03 18:07
가계부채가 8년여 만에 2배로 뛰며 1000조원에 육박했다. 연간 평균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앞질렀다. 특히 저소득층·고령층·자영업자 등 가계부채 고위험군이 비은행권(저축은행·대부업체 등)에서 많은 돈을 빌려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3일 열린 국회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지난 3월 말 현재 가계부채 규모가 96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8년여 전인 2004년 말(494조2000억원)보다 94.6%나 증가했다.
961조6000억원은 그나마 금융권 대출과 판매신용(신용카드·할부금융 이용 실적)만 합친 수치다. 노동조합·시민단체·종교단체 등 민간 비영리 단체의 부채를 합친 넓은 의미의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부채 규모는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7.6%씩 불어나 같은 기간 GDP 평균 성장률(5.9%)을 앞질렀다. 온 국민이 해마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많은 규모로 빚이 늘고 있는 셈이다.
저축은행·대부업계를 포함한 제2금융권의 고금리 가계부채가 증가세인 점은 더욱 문제다. 지난 3월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2008년 말보다 19% 늘었다. 반면 비은행권에서는 51%나 증가했다. 금융 당국은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 풍부한 시장 유동성, 부동산 가격 상승, 금융회사의 대출 확대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부채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지만 규모나 증가 속도 등을 감안할 때 위기 상황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저성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해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대규모로 부실화되면 배드뱅크(Bad Bank·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금융기관)를 만들어 부실채권을 인수하고 채무조정도 광범위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기초수급대상자·차상위계층의 부채 상황을 전수 조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경원 강창욱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