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쇼미더머니2’서 상금 1억 놓고 경쟁 힙합 듀오 ‘가리온’ MC 메타

입력 2013-07-03 17:44


지난해 8월 10일, 케이블 채널 Mnet이 만드는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결승전에서 힙합 듀오 가리온은 ‘껍데기는 가라’는 곡을 선보였다. 당시 이 노래엔 프로그램 출연을 후회하는 듯한 뉘앙스, 제작진과 방송 출연 래퍼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가 녹아 있었다.

‘아마 내가 바랐던 것은 이건가봐/ 만날 힙합이라 외치던 사기꾼과 이 문화를 위한다는 거짓말 속에서/ 자존심 세우려 했나봐 날 통해서/ 마지막 말이나 던질까/ 래퍼들은 랩을 랩답게/ …/내 뜻대로 뱉을 거야/ 난 내가 뭔지 알아/ 너도 날 잘 알잖아/ 진짜는 전부 알아/ 껍데기는 전부 가라.’

하지만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당시 ‘껍데기는 가라’고 일갈한 가리온의 래퍼 MC 메타(본명 이재현·42)는 지난달 7일 첫 방송을 내보낸 ‘쇼미더머니2’에 다시 출연하고 있다. 그는 ‘메타 크루’라는 팀을 이끌며, 그룹 듀스 출신 이현도(41)가 수장인 ‘디오(D·O) 크루’와 총상금 1억원을 놓고 매주 경연을 펼치는 중이다.

최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MC 메타를 만났다. 1998년 가리온을 결성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MC 메타는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국내 힙합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인물이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해 시즌1에 출연하며 가진 불만과 다시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지난달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쇼미더머니2’ 제작발표회에서 “시즌1은 애증과 같은 존재다. 기대치를 다 채워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런 발언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내게 ‘쇼미더머니’는 속 썩이는 여자친구 같은 프로그램이다. 시즌1 때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았다. 난 당락에 상관없이 우리 음악을 제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송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출연자 중 떨어진 사람들은 비참한 모양새가 됐다. 자신의 음악에 집중하기보단 (당락을 결정짓는) 관객들 기호에 맞추려고 노력하더라. 가요 순위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즌2 출연 제의를 받아들인 이유가 있다면.

“시즌2에서는 내가 직접 팀을 이끌며 프로듀서 역할까지 한다. 무대의 전체적인 그림을 직접 그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거다. 힙합 음악이 가진 본연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니아 취향’이 지나치다는 말을 들을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극단적으로 표현해보겠다.”

-방송에선 매회 이현도와 대결 구도를 이루게 된다. 부담은 없나.

“전혀 없다. 이현도씨는 ‘레전드(Legend·전설)’이지 않나. 나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아울러 현도씨가 추구한 음악과 내가 지향해온 음악은 다르다. 현도씨가 상업적인 음악을 주로 했다면 난 좀 더 근원적인 힙합에 다가가려 애써온 사람이다. 물론 상업적인 음악이 나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가까이에서 본 이현도는 어떤 사람인가.

“2000년에 현도씨가 음반 작업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그땐 주류 음악에 반감이 컸던 시절이라 바로 거절했다. 그 뒤 10년 넘게 교류가 없다가 방송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됐다. 정말 털털하고 매력 있는 사람이다. 방송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멋진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 나도 많이 유연해졌다. 다시 제의를 받는다면 함께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

-명성에 비해 아직 대중적으로 크게 어필한 히트곡이 없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히트에 대한 고민 자체가 없다. 타이틀곡을 생각하고 앨범을 만든 적도 없다. 미국 힙합이나 일본 힙합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자생한 ‘한국 힙합’을 완성시키는 게 나의 목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