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로 수용 아동들에 대한 가혹행위가 사실로 확인된 충북 제천시 제천영육아원이 돌연 자진 폐쇄를 결정했다. 버림받은 영아와 유아들을 보살피면서 ‘고아들의 요람’으로 불렸던 시설이 반세기 만에 문을 닫는 씁쓸함을 남겼다.
제천시는 제천영육아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화이트아동복지회가 지난 6월 21일 이사회(이사장 제인 화이트)를 열고 자진 폐쇄를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제천영육아원은 전날 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인권위의 발표 후 시설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 최근 이사회에서 폐쇄 조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천영육아원 측은 조만간 58명 원생들의 이전 계획을 마련한 뒤 시에 폐쇄 신고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원생들만 피해자로 남게 됐다.
시는 시설 폐쇄로 인한 원생들의 2차 피해를 막고, 안정적인 생활 보호를 위해 처벌 수위를 낮춰 ‘시설장 교체’로 행정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 시설은 그동안의 명성이 실추되면서 더 이상 시설을 유지할 동력을 잃자 ‘자진 폐쇄’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역에서는 자진 폐쇄를 결정한 이 시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시설은 1963년 미국인 여성 선교사인 제인 화이트(한국명 백제인·76) 여사가 방 4칸을 빌려 만든 고아원이 모태가 된 사회복지시설이다. 지난 50년간 아동 1234명을 양육했다.
표갑수(65·사회복지학과) 청주대 명예교수는 “명예실추보다는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더 중요하다. 이사회는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과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아이들의 입장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동하는복지연합 양준석(42) 사무국장은 “아이들의 생존권을 무시한 이해관계에 따른 출구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법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운영자가 시설을 맡아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지난 5월 이 시설의 아동 50여명이 오래전부터 관행적인 체벌과 가혹행위에 시달려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제천경찰서는 청주지검 제천지청으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아 위법행위에 대해 수사하고 있으며 이달 말쯤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제천=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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