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남북대화 4.0을 위하여
입력 2013-07-03 17:50
41년 전 오늘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북한 당국자를 만나고 돌아와 남북이 외세의 간섭 없이 자주·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족대단결의 원칙에 입각해 통일을 이루겠다는 내용의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던 바로 그때였다.
철저한 반공교육에 익숙했던 까까머리 중학생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1년 전부터 시작된 남북적십자회담은 그나마 인도주의란 틀로 포장돼 있어 그런가보다 했지만 서로 총부리를 겨눠온 남과 북이 평화를 말한다는 사실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사실 7·4 공동성명은 남북대화 2.0시대를 연 대사건이었다. 이전까지 남북은 대화할 겨를조차 없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후 폐허 복구와 생존을 위한 몸부림 속에 일방적인 체제우위론만 되뇌었을 뿐이었다. 이른바 무대화의 남북대화 1.0시대였다.
2.0시대는 엄청난 반전 속에 시작됐으나 공동성명 자체가 각각의 체제 내부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란 점에서 빛이 바랬다. 남한은 그해 10월 유신독재체제로 돌입했고, 북한 역시 12월 사회주의헌법을 채택하고 국가주석제를 도입해 김일성 독재를 법적으로 보장했다.
그럼에도 7·4 공동성명은 남북 간 대화·협력의 기본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남북적십자회담이 이어졌고 남북경제회담(84), 남북이산가족고향방문(85), 남북고위급회담(90)이 이뤄졌다. 이어 91년 9월 남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했으며 그해 12월 화해 및 불가침, 교류협력 등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다.
그 와중에도 북한의 도발은 계속됐으나 남북대화 2.0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3.0시대로 발전한다. 정상회담은 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 예정됐었으나 김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무산돼 2000년 실현됐고 이어 2007년에도 개최됐다.
그런데 3.0시대는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다. 남북이 원칙을 정하고 정상회담까지 해봤지만 상황은 최악이다. 원인 제공자야 물론 핵개발에 열을 올려온 북한이다. 더구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까지 공개되는 마당이니 3.0시대는 쪽박을 찬 신세나 다름없다.
남북대화 4.0을 생각한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화가 번번이 뒤집어진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조급증이나 지나친 기대는 없었는지.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 작은 교류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느긋함이 아쉽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