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제품이 아닌 사람들이 모인 사회

입력 2013-07-03 17:20


며칠 전 영국 정부는 ‘3명 체외수정법(Three-person In Vitro Fertilization)’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 시술은 미토콘드리아에 유전적 결함이 있는 여성의 난자와 건강한 여성의 난자를 조합하여 제3의 난자를 만든 후, 이것을 수정시키는 체외수정법이다. 한마디로, 1명의 아버지와 2명의 어머니들의 유전자들이 결합되어 1명의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 시술에 대한 관련 규정의 초안을 올해 안에 마련하고, 공청회와 토론을 거쳐 내년에 관련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따라서 2015년경이면 이 시술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불량 미토콘드리아가 근육발달장애, 시각장애, 심장병 등을 일으키고 비만, 청각장애, 파킨슨병 등과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신생아가 죽는다. 통계상 영국에서는 6500명의 신생아들 중 1명, 미국에서는 4000명 중 1명이 미토콘드리아 관련 질병을 앓는다. 그러므로 이 시술은 많은 부부들의 두려움과 고통을 덜어줄 수가 있다.

하지만 이 시술이 몰고 올 윤리적인 문제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일단 유전적으로 부모가 3명이 아닌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시술이 ‘맞춤아기(designer baby)’ 또는 ‘인간제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이상적인 인간’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인간이 일종의 생명공학적 제품으로 전락하고, 그 결과 공상과학영화들이 경고하는 극단적인 생명경시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비록 유전공학적 조작은 아니더라도 ‘인간조작’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왔다. 단순한 성형시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전통적인 행동주의자들은 일정한 조건만 갖춘다면 얼마든지 자신들이 원하는 종류의 사람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교육기관을 거친 학생들은 같은 능력과 자질을 갖추게 되고, 따라서 같은 미래를 공유하게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고유한 소질이나 꿈을 무시한 채, 무작정 그들을 입시지옥의 길로 내몰고 있다. 최근 일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자녀들을 소위 명문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하여 각종 비리와 편법을 저지른 것도 같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부모와 교사를 포함한 사회가 멋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살아 있는 인간을 만드셨다(창 2:7). 즉, 아무리 대단한 외적 요건이 갖추어져 있어도, 그 속에 하나님께서 불어넣어 주시는 ‘꿈과 사랑’이 채워지지 않은 사람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그래서 겉모습만 살아 있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의 자녀들과 이웃들을 더 이상 탐욕의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고, 이제부터 우리가 그들의 삶 속에 하나님의 꿈과 사랑을 불어넣는 ‘생명의 파이프’가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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