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史를 바꾼 한국교회史 20장면] “한국인은 천박하지 않고 공손하며 사려 깊어”
입력 2013-07-03 17:21
아펜젤러 父子 눈에 비친 한국
학교법인 배재학당이 최근 출간한 ‘아펜젤러와 한국-개화에 이바지한 부자 목사 이야기’(사진)는 학교 설립자 헨리 G. 아펜젤러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학교를 이끈 헨리 D. 아펜젤러의 설교와 연설문, 선교보고서를 묶은 책이다. 선교사 부자(父子)의 눈에 비친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한국의 사회상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아펜젤러는 한국의 첫인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이 위치한 곳은 비옥한 땅입니다.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크고 중국인보다는 박력이 없는 편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우리의 재정적인 도움에 필요 이상의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들은 천박하지 않고 친절하고 공손하며 사려가 깊습니다.”
고종에 대한 상세한 언급도 있다. “황제는 체구가 작지만 얼굴은 잘생겼고 말할 때 들뜬 열정으로 이야기합니다. 폐하는 외국인들을 쉽게 만나 주는데 항상 경쾌하고 친절하게 대화합니다. 황제는 선교사를 의미하는 단어로 ‘선생’이란 말을 썼는데, 우리에게 ‘선생님들을 더 보내 주십시오’라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부탁을 했습니다.”
아펜젤러는 기독교 교육에 상당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가장 충실하고 좋은 우리 학생들은 기독교인들입니다. 학교는 직접적인 전도 기관이 돼야 하며 우리 학교가 그리 해왔습니다. 만일 한국 정부가 우리 학교의 기독교 기준을 낮추거나 신앙 교육의 자유를 결속한다면 저항을 받게 될 것입니다.”
아펜젤러 2세는 해방을 앞둔 1945년 5월 호놀룰루 라디오방송에서 ‘한국을 위한 기도’를 낭송했다. “역경과 고난의 이 시간, 기다리며 구제를 기도하는 저들에게 새 인내와 힘을 주소서. 아멘”
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