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프로의 감각

입력 2013-07-03 17:38 수정 2013-07-03 19:38


지난달 28일 프로와 아마의 대격돌이 펼쳐졌다. 아마에 오픈된 ‘2013 올레배 바둑오픈 챔피언십’ 1라운드에 6명(진승재, 김동한, 이상빈, 김희수, 김명훈, 김치우)의 아마 선수가 예선전을 뚫고 올라왔다. 유난히 아마들이 강세를 보이는 올레배는 올해도 프로가 아마들의 반란을 저지하지 못했다.

이날 1라운드 프로와 아마의 격돌인 이동훈 2단 대 김동한, 이원영 4단 대 김희수, 김기용 6단 대 이상빈 등 세 판의 대결에서 유일하게 이동훈 2단 만이 승리를 거뒀다. 이원영 4단을 꺾은 김희수는 17세로 현재 연구생 랭킹 22위. 예선전에서 윤현석 9단과 김선호 2단을 차례로 격파한 데 이어 본선 2라운드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앞서 펼쳐졌던 프로와 아마의 대결에서도 김명훈이 진시영 5단에 이어 박정상 9단을 연달아 격파하며 일찌감치 2라운드에 진출했다. 이로써 2라운드에는 3명의 아마 선수가 합류했다. 올레배 아마 선수의 최고 기록은 지난해 유병용 선수(현재 프로 초단)가 박영훈 9단을 꺾으며 3라운드까지 진출한 것.

올해는 과연 아마 선수가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조훈현 9단, 서봉수 9단과 여자기사 김혜민 7단, 이슬아 3단이 2라운드에 올라 또 다른 반란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기보는 1라운드에서 펼쳐진 이동훈 2단과 김동한 아마의 대결.

<장면도> 흑1로 중앙으로 두 칸 뛰며 우상귀 흑의 모양을 키워간 장면. 백도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어 2로 깊숙이 삭감해 왔다. 다음 흑은 어떤 공격을 생각할 수 있을까? 일감으로는 A의 날일자, B로 모자 씌어가는 수가 눈에 보인다. 하지만 이동훈 2단의 선택은?

<참고도> 몇 분의 장고 끝에 흑이 선택한 건 1로 어깨 짚는 곳. 이런 장면에서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 착상. 다음 백의 응수가 어렵다. 쉽게 2로 밀고 나오는 수는 3으로 두 점 머리를 두드리고 4로 젖혀올 때 바로 5로 끊어서는 백의 다음 행마가 없다.

<실전도> 결국 백은 삭감했던 한 점을 움직이지 못하고 우상귀로 손을 돌려 1, 3으로 변화를 구했지만 대국 결과는 흑의 승리. 일반적인 공격의 틀을 벗어나 상대의 허를 찌르는 이동훈 2단의 감각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