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강창욱] ‘정보 빗장’ 금감원이 공개 활성화 한다고?
입력 2013-07-02 20:13 수정 2013-07-02 22:08
지난해 8∼9월 국민일보 취재팀이 금융감독원에 청구한 정보공개 7건 중 애초 요구한 정보를 온전히 받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금감원 직원들은 수일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다가 뒤늦게 전화를 걸어와 하나같이 공개 불가를 주장했다. 그때마다 공개 당위성을 다투느라 진이 빠졌다.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는 당연히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인데도 금감원은 번번이 “이 정보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며 노골적으로 공개를 거부했다. 금감원 직원들은 청구인에게 정보를 가급적 내주지 말라고 교육을 받은 것인지 모른다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금감원이 마지못해 공개한 정보에는 정작 중요한 내용은 쏙 빠져 있었다. 금감원 임원의 해외출장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받은 금감원이 22일 만에 통보해온 답변은 “금감원 홈페이지에 있으니 참조하라”였다. 세부 출장 일정과 출장비 내역 등 핵심 정보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사유도 밝히지 않았다. 명백한 정보공개 처리 규정 위반이다. 이 밖에 법인카드 사용 내역, 공용차량 이용자 및 유류비, 금감원 행사 찬조 기관 및 금액 등도 모두 주요 내용은 비공개 처리가 됐다.
이들 정보공개 7건은 공개 여부 통지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19일이었다. 법정 처리 기한이 10일이고 불가피할 땐 한 차례 연장할 수 있으니 주어진 기간(20일)을 꽉 채우며 버틴 것이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 더욱이 실제 정보를 받아보기까지는 평균 32일이 걸렸다.
금감원은 지난 1일 정보공개가 빨라진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보공개 청구인이 금감원 은행 계좌로 입금해야 했던 정보 열람 수수료를 이날부터 금감원 홈페이지에서 전자 결제 방식으로 지불하고 곧바로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했다는 게 요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3.0 비전 선포식’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강화하고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니 금감원도 보조를 맞추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해본 사람이라면 이번 조치가 얼마나 겉만 번지르르한 것인지 안다. 정보공개 선도 기관인 양 홍보하는 금감원의 정보공개 실정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금감원은 최근 한 청구인에게 “정보공개 실적이 나쁘면 기관 평가에 불리하다”며 취하를 종용하기도 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취임식 때 “금감원이 보유한 정보를 원칙적으로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말 그럴 의지가 있다면 수수료 결제 방식을 자랑할 게 아니라 청구 받은 정보부터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
강창욱 경제부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