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안열린 남북회담
입력 2013-07-02 19:46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남북 외교수장 간 별도 회담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계속된 회의 기간 중 회의 참가국과 각종 다자회의 및 양자회담을 가졌지만 남북이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2일 오전 반다르스리브가완의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 자유토론장에서도 두 장관은 대각선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앉았다. 정부 당국자는 “서로 원해서 떨어져 앉은 게 아니라 주최 측이 자리 배치를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간 만남은 1일 밤 열린 ARF 외교장관 환영 갈라(Gala) 만찬장 대기실에서 잠깐 이뤄졌을 뿐이다. 만찬장 입장 전 대기실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말 없이 악수만 잠깐 나누고 서로 등을 돌렸다. 시간은 2∼3초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만찬장에서도 윤 장관과 박 외무상은 서로 떨어져 앉아 말을 건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회원국 자격으로 ARF에 참가했지만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양자회담을 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하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됐다. 다른 참가국들이 아세안 장관회의를 계기로 20개 가까운 다자·양자회담을 갖는 것에 비해 북측 일정은 5∼6개에 불과했다. 북한이 원하던 북·미 접촉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 외무상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는 잠깐 만났으나 납북자 문제 등 원론적 수준의 대화밖에 나누지 않았다. 그는 이밖에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의 양자회담에 이어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과 회동했다.
이와 함께 9개월 만에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됐지만 앞으로 양국 관계가 특별히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 장관은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고, 일본 역시 원론적 수준으로 답변했다. 이런 냉각된 관계 때문에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와의 한·일 정상회담은 아직 대략적인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반다르스리브가완(브루나이)=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