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가족 ‘무덤 싸움’

입력 2013-07-02 18:47 수정 2013-07-03 01:18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죽음과의 싸움을 벌이는 사이 그의 가족들은 만델라의 장지(葬地)를 두고 가족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고 BBC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만델라는 3명의 부인 사이에 현재 3명의 자녀, 17명의 손주와 12명의 증손주를 두고 있다. 복잡한 가족 구성원만큼이나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특히 만델라의 장지에 관해서는 만델라의 출생지인 음베조를 주장하는 장손자 만들라(39)파와 만델라가 어린 시절을 보낸 쿠누에 묻혀야 한다는 반대파로 나누어져 있다. 만들라는 2001년 자신의 아버지를 포함한 만델라의 자녀 3명의 묘를 가족들과의 협의 없이 쿠누에서 음베조로 이장했다. 이에 대해 만델라의 장녀인 마카지웨(59)를 비롯한 16명은 3명의 묘를 다시 쿠누로 이장시켜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법원의 결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만들라 측은 법원 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무덤을 놓고 가족들이 다투는 배경엔 만델라 사후 가족 주도권과 유산을 선점하려는 이유가 있다. 집권당 의원인 만들라는 음베조에 만델라의 기념관을 세워 정치적 영향력 확대와 함께 경제적 이득도 노리고 있다. 반대파 가족들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카지웨 등은 이미 만델라 기념사업 회사의 소유권을 놓고 2005년부터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BBC는 “남아공에는 해결되지 않은 일을 남겨둔 사람은 쉽게 눈을 감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가족 간의 불화가 해결돼야 만델라도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만델라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공동수상한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77) 전 남아공 대통령도 어지럼증 치료를 위해 2일 심장박동 조절기 삽입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