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도둑 때문에… 나이지리아 경제 휘청

입력 2013-07-02 18:49

나이지리아 남부 주요 원유 생산지인 니제르델타의 소도시 디에부. 니제르강 지류를 따라 조그만 선박에 찌그러진 드럼통이 놓여 있었다. 드럼통에는 송유관에서 몰래 빼낸 원유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곳 주민은 몰래 훔친 원유를 정제해 가솔린이나 등유 등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다판다. 은밀한 곳을 기자에게 공개하고 돈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주민들이 송유관에서 빼낸 원유의 양은 통틀어 하루 20만 배럴 정도. 나이지리아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200만 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10%나 되는 엄청난 양이다.

AP통신은 2일 아프리카의 주요 원유 생산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원유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나이지리아 경제가 멍들고 환경오염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정부 수입의 80%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나이지리아로서는 원유 절도가 심각한 문제다. 이 때문에 군 병력까지 주둔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역민의 생각은 다르다. 정치인과 군인 등이 부패해 원유 수출로 부를 빼돌리는 마당에 자신도 원유로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이베치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이 전부”라며 “지역주민의 피땀이 섞인 ‘블러디 원유’”라고 말했다.

군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불법 정제시설을 밤에만 가동한다. 그러나 영세한 시설 탓에 환경오염 역시 심각하다. 지류 주변에는 시커먼 원유와 진흙이 뒤엉킨 채 나뒹굴고 있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통신은 일부 절도범은 국제범죄단체와 연루돼 훔친 원유를 남미는 물론 동유럽까지수출할 정도라면서 국제 원유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