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민원사이트 개설… 접수 폭주로 첫날부터 마비

입력 2013-07-02 18:48

중국 정부가 민원인들로부터 직접 민원을 접수할 수 있는 사이트를 처음으로 개설했다.

국무원 산하 국가신방국(國家信訪局)은 1일 홈페이지에 지방 민원인들이 베이징으로 올라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불편을 덜어주겠다며 민원 사이트를 열었다.

수샤오친(舒曉琴) 신방국장은 “이 사이트에 억울한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올려 달라”고 말했으나 이 사이트는 개설 첫날 폭주하는 민원으로 인해 마비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처럼 중국 정부가 민원 사이트를 운영하는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SCMP는 “사법개혁을 이루면 억울한 민원이 훨씬 줄어들 텐데 그러한 조치는 없이 민원 사이트만 운영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인권 변호사 위안위라이는 “직접 대면해 호소해도 민원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판인데 민원 사이트 운영으로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SCMP는 당국이 온라인 민원인들의 신분을 확인해 이들에게 불이익을 가하는데 이 사이트가 악용될 소지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이 사이트는 실명제 고발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과 각 지방에 설치된 신방국은 당국의 행정 처분에 불만을 느낀 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곳으로 우리의 국민권익위원회와 일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지방 정부가 자신들의 치부가 상부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해 상경 민원인들을 납치한 뒤 감금하는 등 불법 행위를 자행해 왔던데 비하면 이번 조치는 상당한 진척이라는 평가도 있다.

네티즌들은 이 사이트가 개설 첫날 마비된 데 대해 그 만큼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당 사이트는 민원 접수량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준비가 부족했다고 비판하는 네티즌도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