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군부 최후통첩 거부… 쿠데타 터지나

입력 2013-07-02 18:48 수정 2013-07-02 22:54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군부가 내놓은 48시간 최후통첩을 거부했다. 이집트 대통령실은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군부의 통첩은 (무르시 대통령과) 미리 논의된 바 없으며, 복잡한 현 상황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사회 평화를 위협하고 분열을 심화시키는 군부의 선언에 반대한다”면서 “이집트의 민주화는 2011년 1월 혁명을 통해 얻어낸 가장 큰 성과이며 (정치적) 퇴보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난국을 타개할 포괄적인 타협을 성사시키기 위해 자신의 계획대로 군부와 다른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무르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집트는 민주주의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면서 군부의 요구를 일축했다.

앞서 이집트 군부는 1일 국영TV 생중계를 통해 48시간 안에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무르시 대통령을 압박하면서 “그 시간 안에 국민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군부가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지침과 방법을 제시하겠다”며 직접 개입을 시사했다.

이에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타마로드(반란)’ 등 반무르시 진영은 “군이 국민과 손잡았다”며 일제히 군부의 성명을 반겼다. AFP통신에 따르면 성명 발표 직후 주요 도시에서는 시위대가 거리로 몰려나와 압델 파타 엘 시시 국방장관 겸 군최고사령관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전면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을 예고한 상태다.

군의 성명이 최후통첩으로 알려지며 파문이 확산되자 군부는 조속한 합의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군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친무르시 진영은 군부의 향후 행보가 쿠데타일 것으로 해석하며 “무르시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첫 대통령인 만큼 절대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집트 제2의 정당인 누르당도 군부의 요구가 “보기에 따라 군의 정치 복귀일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누르당은 이집트의 국가 안보가 집권 이슬람 정당과 반대파 사이에서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무르시 대통령에게 조기 대통령 선거를 수락하라고 촉구했다. 이집트 야권연합정당인 민족구국전선(NSF)도 “군사 쿠데타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집트 사태를 바라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태도는 여전히 어정쩡하다. 백악관은 2일 오바마 대통령이 무르시에게 전화를 걸어 시위대가 제기한 사안들에 ‘응답’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바마는 군부 성명 이전의 탄자니아 연설에선 어느 쪽을 두둔한 것이 아니란 입장을 취했다.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부터 잠정 폐쇄에 들어갔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