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비싼 작가 됐지만 만족도는 10%불과”
입력 2013-07-02 18:30
활짝 웃는 모습의 꽃 그림으로 유명한 일본의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51)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작품 가격이 가장 급상승하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웬만한 작품 한 점이 100만 달러에 육박할 정도다. 일본 도쿄예술대학을 나온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미술관(2007),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2008),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궁전(2010) 등에서 전시를 열어 호평 받았다.
그의 한국 개인전이 4일부터 12월 8일까지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린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라는 타이틀로 회화 조각 사진 비디오 등 39점이 출품되는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되는 그의 회고전이다. 웃음꽃을 피우는 ‘수퍼플랫 플라워’ 조각과 회화, 기이한 형태의 인물을 소재로 한 ‘카이카이와 키키’ 등을 전시장 가득 채웠다.
전시에 앞서 2일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예술이 점차 전문화, 세분화되는 시대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마음의 문제에 집중하며 작업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꽃을 작품 소재로 삼는 이유에 대해서는 “꽃은 미술공부를 시작하면서 수도 없이 그렸는데, 여성의 누드처럼 미의 기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일본의 전통미술과 대중문화를 조화시켜 모든 것을 편평하게 한다는 뜻의 ‘수퍼플랫’이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그는 가장 일본적인 특성을 오타쿠(한 분야에 열중하는 마니아)의 하위문화가 만들어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찾았다. 그의 작품에 언제나 만화 주인공처럼 보이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퍼플랫’의 개념에 대해 그는 “처음엔 납작하고 두께 없고 깊이 없는 현대문화의 경박함을 비판하고자 쓴 용어였다. 그러다 일본의 경제·문화적 상황과 점차 컴퓨터화하는 세상까지 포함한 용어로 확장됐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 ‘미스터 도브’, 청순하면서도 육감적인 ‘미스 코코’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니 성공한 셈이냐”라는 질문에 그는 “성공은 신기루와 같아서 다 왔다 싶으면 저만치 가 있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 같더라. 저도 성공하긴 했지만 개인적인 만족도는 10% 정도밖에 안 된다”고 답했다. ‘비싼 작가’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가격이 너무 높아져 버린 데 대한 보상 차원에서 최근 3년간 관람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