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시진핑이 가장 좋아한 朴대통령 공약은 꿈 비슷한 ‘국민행복’
입력 2013-07-02 18:22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달 27∼30일 중국 방문은 가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밀월’이라고 할 만큼 성공적이었다. 두 정상이 양국 외교현안뿐 아니라 서로의 집권 슬로건에까지 공감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27일 베이징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중국의 꿈(中國夢)은 한국이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틀 후 칭화대(淸華大) 연설에서 중국어로 “중국의 꿈과 한국의 꿈(韓國夢)은 같은 목적지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두 정상의 마음이 통했던 이유에 대해 베이징과 서울의 외교가에선 “시 주석이 가장 사랑하는 박 대통령의 공약이 바로 ‘국민행복’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이 시작된 이래 공산당이 아니라 ‘국가’의 성공을 전면에 내세운 중국 지도자는 시 주석이 처음이라고 한다. 국가보다 공산당의 역사가 더 깊고, 공산당이 모든 체제의 중심이었던 만큼 역대 중국 지도자들은 만사에 ‘당 중심’을 외쳐도 충분했다.
시 주석이 국가 중심주의를 주창한 것은 “경제나 인구, 군사력의 규모 면에서는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에 올랐지만 아직 실질적인 ‘G2(주요 2개국)’ 반열에 오르기엔 미흡하다”는 중국 지식인들의 자기반성에 기반한다는 게 정설이다. 다민족 국가인 중국은 공산당을 빼면 통합력이 매우 약하고 근대화와 개발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중국은 여전히 ‘싸구려 물품 수출국’ 이미지로만 비칠 뿐이다. 집권기간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시 주석에게는 무엇보다 ‘중국의 꿈’ 슬로건이 필요했던 셈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위대한 중국의 꿈이 중국인들에게 삶의 질 향상으로 해석되진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중국의 꿈을 내세워도 인민(人民)들은 ‘예전과 비슷한 공산당 기제’로만 여긴다는 데 시 주석의 고민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박 대통령의 ‘국민행복’이 시 주석의 눈에 확 들어왔음직하다. 국가주의에 대한 시민주의의 우위를 나타내는 박 대통령의 이 공약을 ‘국가주의를 거쳐 시민주의에 도달하겠다’는 식으로 변형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2일 “시 주석이 자꾸 중국의 꿈이 국민행복과 연결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면서 “중국에선 박 대통령의 방중 메시지 가운데 유별나게 국민행복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