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법안, 결국 누더기

입력 2013-07-02 18:18 수정 2013-07-02 23:13

6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면서 경제민주화 입법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철학이었던 경제민주화는 재계의 반발과 정부 내 속도조절론 제기, 과잉입법 논란을 거치며 ‘누더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방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음 회기가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를 다룰 9월 국회임을 감안하면 이번 국회는 경제민주화 입법화를 위한 마지노선이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우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크게 축소됐다.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계열사와 거래한 경우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한다는 ‘30% 룰’이 4월 국회 논의과정에서 삭제됐다. 이번 국회에서는 규제 대상이 ‘모든 계열사’에서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 다시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 축소됐다. 대기업들이 총수 지분을 일정 비율 이하로 낮추거나 간접 지분을 통해 우회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할 경우 처벌이 불가능해졌다. 기업의 효율성 증대 등 처벌 예외 조항도 새롭게 들어갔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총수 일가가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는 순환출자 고리는 여전히 성역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일감몰아주기 통과 법안은 대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면죄부 역할을 하는 부대조건들이 추가됐다”고 비판했다. 경제민주화 입법을 촉구하며 단식을 했던 민주통합당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은 “100점 만점에 30점”이라고 평가했다.

경제민주화 후퇴는 여야간 정쟁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정부의 의지가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일감 몰아주기 법안에) 공약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는데 무리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를 기점으로 여당 지도부,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이 잇따라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집행의지만으로 경제민주화가 성공적으로 실행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 개정안(금산분리 강화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가맹본부가 신규 가맹점을 모집할 때 예상매출액 자료를 가맹점주에게 반드시 제공토록 하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안(프랜차이즈법안)도 의결됐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