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金 대화록 원본 공개] 與野 ‘강제 당론’에 이변없이 압도적 찬성

입력 2013-07-02 18:07 수정 2013-07-02 23:30


여야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자료제출요구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여야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게 ‘찬성’ 표를 던지도록 강제 당론을 정했던 게 높은 찬성률이 나온 이유로 분석된다.

표결은 기명식 공개투표로 이뤄졌다. 재석의원 276명 가운데 찬성이 257명(93.1%)에 달했다. 반대는 17명, 기권이 2명이었다. 반대표는 무소속 안철수 박주선 송호창 의원을 비롯해 진보정의당(김제남 박원석 심상정 정진후 의원 등 4명), 통합진보당(김미희 오병윤 이상규 이석기 김선동 김재연 의원 등 6명)에서 집중적으로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박지원 추미애 김승남 김성곤 의원 등 4명이 당론을 따르지 않고 반대표를 던졌다. 대화록 열람·공개에 반대해온 김동철, 진선미 의원은 예상과 달리 찬성 버튼을 눌렀다. 또 민주당 김영환,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기권했다. 새누리당은 전원 찬성했다.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최근 국가정보원의 무단공개는 불법임을 여야가 국회에서 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정쟁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조차 공개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기록물 비공개 원칙은 절대 무너져선 안 된다”고 했으며 추미애 의원도 “국정원이 국제적 망신을 초래했다 해도 국회는 냉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기록물 원본 공개는 나라 미래와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심상정 의원도 “이미 대다수 국민이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자료제출요구안 가결 뒤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더 이상 우리 측 NLL에 대해 무장해제하는 조치를 취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표결 전까지만 해도 여야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가결에 필요한 찬성표 200명을 채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은 법에서 정한 국회 의결정족수 요건 중 가장 엄격하다. 개헌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다. 국회가 이 같은 요건에 해당하는 안건을 처리한 것은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이후 9년 3개월 20일 만이다. 공교롭게도 두 안건 모두 노 전 대통령과 연관됐다.

때문에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각각 의원총회에서 찬성 표결을 ‘강제 당론’으로 정하는 등 이탈표 단속에 진땀을 빼야 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찬성 당론 투표로 가지 않으면 가결이 대단히 어려운 사안”이라며 “만약 본회의에서 부결되면 엄청난 폐해와 부작용이 예상된다. 심사숙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대화록을 공개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고 설득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 민주당의 단결된 모습을 국민과 새누리당에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백민정 임성수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