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갈수록 지능화… 국민 돈 4380억원 털렸다
입력 2013-07-02 17:52
2006년부터 피싱(Phishing) 금융사기로 날린 돈이 4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기범들은 점점 치밀한 수법으로 무장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돈을 빼앗고 있다. 1인당 평균 피해액은 1000만원에 육박했다. 가장 피해가 많은 시간대는 피해자를 유인하기 쉬운 평일 오전 9시∼오후 4시였다. 주된 피해 연령층은 경제활동이 왕성한 30∼50대였다.
금융감독원은 2006년부터 지난 5월까지 경찰청에 신고·집계된 피싱 사기가 4만2000건, 피해액은 43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피싱은 공공기관 등을 사칭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계좌이체를 유도하는 보이스피싱, 컴퓨터 속 악성코드를 이용해 인터넷 뱅킹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파밍(Pharming) 등을 말한다.
2011년부터 피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전체 피싱 피해 규모는 줄고 있다. 하지만 고도화된 신·변종 금융사기 수법인 피싱사이트·파밍 등의 피해는 되레 증가세다. 지난해 10월 296건이던 신·변종 금융사기는 지난 5월 1173건까지 급증했다.
피해금액이 일부 환급된 3만2996건을 금감원이 분석한 결과 피싱 사기에 따른 1인당 평균 피해금액은 992만원이었다. 1000만원 미만의 피해가 전체의 72.2%였다. 5000만원 이상 고액을 사기당한 피해자도 2.1%에 달했다.
피싱 사기범들은 주로 주말보다는 주중을 선호했고, 일과 이후보다는 일과 시간대인 오전 9시∼오후 4시에 범행을 시도했다. 금감원은 “피해자를 금융회사의 창구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유인하기에 용이한 시간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피해자의 연령은 경제활동 계층인 30∼50대가 전체 피해자 가운데 74.5%를 차지했다. 피싱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금융거래에 취약한 노년층 피해가 많았지만, 수법이 치밀해지면서 청·장년층도 피해를 입고 있다는 얘기다.
사기범들은 주로 경찰·검찰·법원·금융당국·우체국·전화국 등 공공기관을 사칭(49.5%)하거나, 은행 직원 등 금융회사를 사칭(34.3%)했다.
수법별로는 “개인정보 유출을 막아야 한다”(74.8%), “금융범죄 사건에 연루돼 조사해야 한다”(10.2%)는 기망 행위가 대다수였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는 인터넷 메신저 계정을 도용해 지인을 사칭(9.6%)하는 수법이 많았다. “가족을 납치해 데리고 있으니 입금하라”(6.0%)는 협박도 여전했다.
금감원은 2011년 12월부터 피싱 사기에 대한 환급을 실시하고 있다. 피해자의 구제 신청에 따라 사기 이용 계좌가 지급 정지되면 남은 금액은 소송 없이 환급 가능하다. 지난 5월까지 환급 실적은 3만3000건, 336억원이다. 금감원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즉시 인지하지 못할 경우 피해금 전액 환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신속한 신고를 당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