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위상과 역할 바로세우는 국정조사 돼야
입력 2013-07-02 17:53
정치투쟁의 장으로 만들어 실망 주지 마라
검찰 수사의 불신에서 출발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는 그 어느 때보다 명백하게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할 것이다. 댓글 사건만 하더라도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윗선의 개입 등이 사실로 밝혀지는 등 의혹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고위층에 이런 사실을 보고했는지 등이 백일하에 드러나야 한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 대한 국정조사는 옛 중앙정보부가 창설된 1961년 이후 처음이다. 국가 안위를 위해 최고급 정보를 생산하고 관리해야 하는 국정원이 정치판을 기웃기웃하다 불러들인 자충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본연의 임무는 망각한 채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는 뒷담화식의 쓰레기 같은 정보만 캐다가 결국 벌거벗은 몸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격이다.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정보기관이 다시는 정치권을 엿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국정조사가 시작되더라도 실질적인 활동을 시작하기까지 여야간 지루한 공방이 불을 보듯 환하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인 조사 범위와 증인 채택 등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사안이 많아 자칫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 정치싸움의 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많다. 진실 규명을 통해 국가안보기관으로서 국정원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사명감이 없다면 예산과 시간 낭비에 불과할 것이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보기관이 선거와 정치에 개입한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다. 문명화된 선진국치고 어느 나라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해 특정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단 말인가. 국정원 개혁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됐으며 국정조사는 이를 위한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이번 국정조사가 어지러운 정쟁으로 그쳐선 안 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1987년 부활된 국정조사는 지금까지 사안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는 결과보고서를 제대로 채택하지 못했다. 보고서가 채택된 뒤에도 후속 입법조치가 없어 유야무야된 적이 여러 차례다. 촛불집회를 촉발시킨 미국산 쇠고기 협상 규명에 대한 국정조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정조사가 서로 상대방 탓을 하며 정쟁으로 마감됐다. 국정조사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이번 국정조사도 국민적인 관심은 높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 성과를 제대로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과 대선패배 책임론과 맞물려 있어 사활을 건 정치공방이 펼쳐질 가능성이 많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악습이 사라질 때도 되지 않았는가.
국정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대북 정보 업무에 전념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실질적인 국정원 개혁방안이 나와 성공한 국정조사였다는 평가를 받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국정조사의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효율적인 방안이 과연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