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박인비, 상품성 없다?”… 해외매체, 외모 두고 토론 ‘논란’
입력 2013-07-02 17:52 수정 2013-07-03 01:22
시계를 돌려 2012년 8월 6일 런던올림픽 당시로 돌아가 보자. 여자 역도의 장미란(30)이 오른손에 입술을 대 바벨에 키스를 하고, 무릎을 꿇어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슴이 뭉클했을 것이다. 지난 1일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제68회 US여자오픈 정상에 올라 두 팔을 치켜들며 활짝 웃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가슴이 벅차올랐을 것이다. 자기 일에 열정을 다한 둘은 아름다웠다. 그런데 일부 해외 골프 매체 기자들이 박인비의 ‘외모’를 두고 토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골프닷컴’은 1일 ‘박인비가 메이저대회 3연승을 했지만 미국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며 ‘뭐가 문제인가’를 주제로 기자들에게 이메일 토론을 벌이게 했다. 그 결과 토론에 참여한 기자의 절반 이상이 박인비의 ‘상품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뱀버거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수석기자는 “미디어를 탓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사회적인 현상”이라며 “만약 박인비가 나탈리 걸비스나 하다못해 낸시 로페즈 같은 외모를 지녔다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쩌면 이 기자는 박인비가 아니라 백인 미녀 골퍼 폴라 크리머(27·미국) 같은 선수가 메이저대회 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같은 일부 미국기자들의 희망은 글로벌 투어를 꿈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의 지향성과는 전혀 상반된다. LPGA는 최근들어 미국을 벗어나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류 언론의 논조도 상품성 논란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몬테 버크 칼럼니스트는 “골프닷컴이 박인비 상품성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나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박인비가 상승세를 이어가 계속 우승한다면, 특히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면 상품성 논란은 자연히 없어질 것이다”고 외모 논란을 일축했다.
왜 여성 선수들의 외모만 보려 하는가? 외모 뒤엔 가족의 사랑과 헌신, 남몰래 흘린 눈물 그리고 우승과 좌절이라는 가슴 찡한 ‘드라마’가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