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조세지출 자체평가 결과 85.6점 ‘우수’ 조세연구원 평가는 40.6점 ‘낙제’

입력 2013-07-02 17:52


비과세·감면 혜택 줄이기에 앞서 정부 부처가 시행한 ‘조세지출 자체평가’가 턱없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체평가는 비과세·감면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된 제도다.

각 부처들은 제도 목적·효율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무작정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부여했지만 연구용역을 수행한 조세연구원의 평가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정부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손질해 향후 5년간 18조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소관부처의 이기주의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2일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정부 부처가 자체 평가한 186개 비과세·감면 제도의 총점 평균은 100점 만점에 85.6점으로 나타났다. 최빈값(데이터 중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값)은 95점이었다. 만점에 가까울 정도로 후한 점수를 매긴 것이다.

반면 조세연구원 평가는 정반대였다. 총점 평균이 40.6점, 최빈값은 45점에 불과했다. 부처 평가점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낙제’ 판정이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186개 비과세·감면제도 가운데 40% 이상은 부처들이 전부 만점을 써냈다”며 “부처이기주의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의 ‘저항’은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소관부처가 아예 평가서를 제출하지 않은 비과세·감면 제도가 40개에 이르는 대목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2013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 담긴 226개 중 186개 제도만 평가를 진행했다. 미제출 평가서는 국토교통부가 15개로 가장 많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각각 5개 평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등 4개 평가서를 내지 않았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없애고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은 비과세·감면 정비계획의 핵심사항이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도 올해 신규로 지정된 ‘소액담배, 특수제조용 담배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공공차관 도입에 따른 과세특례’ 등 2개 항목 평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각 부처는 지난 4월 30일까지 내도록 규정된 자체평가 결과를 3주 뒤인 지난 5월 20일쯤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각 부처의 비과세·감면 제도 평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비과세·감면 제도는 기득권으로 자리 잡고 있어 줄이기가 쉽지 않다”며 “명확한 평가기준을 마련해 자체평가 제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