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8400억 환원 약속’ 지키기… 소외계층 지원할 듯

입력 2013-07-02 17:52 수정 2013-07-02 22:51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노션 지분 전량을 ‘현대차 정몽구재단’에 출연한 것은 약속 지키기의 차원으로 이해된다. 그는 2006년 비자금 재판 당시 8400억원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상을 통 크게 실천하는 것이어서 다른 사회 지도층의 귀감이 될 전망이다.

◇1500억원 가치 재산 출연=정 회장이 출연하는 재산은 2005년부터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 지분 36만주 전량이다. 이노션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16개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한 광고 대행사다. 비상장 주식이지만 정 회장이 출연한 36만 주는 최소 가치가 1500억원인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정 회장은 2013년까지 84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2006년 비자금 재판 과정에서 한 바 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도 약속을 사회봉사명령의 일부로 실천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은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돼 법적 구속력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이번 출연은 순수한 자발적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 4차례 6500억원을 정몽구 재단에 기탁했다. 이번이 5번째 사재 출연이다.

정몽구재단 관계자는 2일 “정 회장은 소외 계층과 함께하는 나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현대차그룹이 나눔을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옮긴 것은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 4월 이노션과 다른 계열사인 물류회사 글로비스의 일감을 중소기업에도 개방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연간 외부에 발주하겠다고 목표로 삼은 6000억원어치 일감 가운데 약 30%(1780억원)를 지난 5∼6월 외부 업체에 맡겼다.

결국 정 회장의 사재 출연은 우리 사회 소수와 약자에 대한 배려를 최대 가치로 삼겠다는 현대차그룹 철학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다른 대기업 총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이끄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아울러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 민주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정 회장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 방중에서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동행했다.

◇정몽구재단은=정몽구재단은 정 회장의 개인 출연으로 2007년 11월 설립됐다. 정 회장의 사회공헌 철학을 인재양성, 사회복지, 문화나눔, 기타사업 등 4가지 분야에서 펼쳐 나가고 있다.

특히 인재양성 측면에서 활동이 활발하다. 농·산·어촌 학습 지원, 중·고 미래인재 육성, 저소득층 장학 지원, 대학생 학자금 지원 등 교육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청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어린이 희귀질환과 의료 소외계층·지역 지원 등 의료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북한 이탈주민 지원도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다.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몽구재단은 저소득층에 쌀과 난방을 제공하는 기초생활 지원도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인도 첸나이와 아프리카 말라위 등지에서 저소득층 수술 지원과 실명 예방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정몽구재단 관계자는 “이번에 추가된 사재 출연을 재단 이사진과 협의해 뜻 깊게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