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앞에 순결한 삶 서약하니 나의 소중한 존재 깨달았어요”

입력 2013-07-02 17:52 수정 2013-07-02 22:02


영훈고 기독학생들 13년째 순결서약예배

지난달 12일과 26일 서울 종로종합사회복지관 세미나실에서 다소 이색적인 예배가 열렸다. 서울 영훈고 기독 학생들이 성경적인 순결문화 확산을 위해 ‘순결서약예배’를 드린 것이다.

“순결하고 거룩한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하는 학생과 예배를 인도하는 최관하(49·국어담당·우리제일교회 교육목사) 교사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학생들은 왼손에 서약서 용지를 들었다. 그리고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서약서에 담겨 있는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진정한 사랑은 그때까지 오래 참는 것임을 믿기에…육체적인 순결을 지킬 것을 하나님과 양심, 그리고 미래의 배우자 앞에 약속합니다. 서약자 ○○○. 후견인 영훈고 최관하.”

예배는 영훈고 기독 학생들의 모임인 ‘가스펠반’ 1, 2학년 46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진행됐다. 순결을 주제로 한 영상도 상영됐다.

학생들은 하나님 앞에서 순결서약을 반드시 지킬 것을 다짐했다. 이 순결서약을 통해 영적 순결과 삶의 순결, 그리고 성적인 순결을 굳게 다짐하며 기도했다. 결혼 전뿐 아니라, 결혼 후에도 부부관계에 있는 한 남자와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신실한 크리스천이 되기를 서로 축복했다.

순결서약을 한 엄지민(고2·여의도순복음교회 성북성전)양은 “순결서약을 통해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마음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김성은(고2·소망교회)양은 “순결하고픈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이런 의식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앞으로 세상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크리스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사는 고린도전서 3장 16∼17절 말씀을 본문으로 “우리의 몸이 하나님의 성전임을 알려주고, 깨끗하게 하나님 앞에, 친구들 앞에, 그리고 미래의 배우자 앞에 선언하고 약속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예배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 “혼전동거와 낙태, 이혼 등 불건전한 성문화와 사회풍조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고 성경적인 순결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순결서약예배를 매년 개최해 왔다”고 밝혔다. 최 교사는 특히 “본의 아니게 순결을 잃어 고통 가운데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회복시켜 주실 하나님을 믿고, 앞으로 살아 나가면서 피할 길을 주시는 하나님을 의지하자”고 말씀을 전했다.

2001년 5월 시작된 영훈고의 ‘순결서약예배’는 매년 개인이나 학급, 동아리별로 영훈고 교사신우회와 인근 신성교회 등의 도움으로 이어졌다. 순결서약서와 순결반지나 배지 등을 나눠 줄 때도 있었지만, 서약서만으로 단출하게 의식을 가진 적도 있었다. 한 명만 참석할 때도 있었고 수백 명이 참석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순결을 다짐하고 하나님께 약속하며, 스스로 거룩하고 순결한 삶을 다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해가 갈수록 퇴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 교사는 학생들이 쓴 순결서약서를 모두 걷어 코팅 처리를 했다. 그리고 그것을 며칠 뒤 학생들에게 일일이 다시 나눠줬다. 순결서약서를 평생 소중하게 간직하겠다는 김성은양은 “나중에 결혼할 상대에게 이렇게 말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당신을 만나기까지 얼마나 잘 참았는지 알아요? 이렇게 순결을 지키며 기다리고 준비하고 있었다고요.” 소곤소곤 말하는 김양의 고백에서 예수 향기가 풍겨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