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성태윤] 소득불평등을 넘어서
입력 2013-07-02 19:04 수정 2013-07-02 19:11
최근 브라질에서는 버스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소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제성장이 둔화되며 생활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공공요금이 인상되자 불만이 터져 나왔다. 1985년까지 계속된 군부체제가 종식되고 민간정부가 들어선 후 발생한 시위 가운데 1992년 경제위기를 제외하면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세계적인 자원부국인 브라질의 가장 큰 문제는 소득불평등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고 수준인 브라질 소득불평등은 지난 10여년 사이 더욱 악화됐다. 소득불평등은 언제나 문제이지만, 특히 대외경제여건이 악화될 때 사회적 이슈로 더욱 부각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대다수 국가가 어렵지만 그 문제가 심각한 사태로 번진 것은 대개 소득불평등이 심했던 경우인데, 유럽재정위기 핵심에 있던 남유럽국가들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이런 국가들은 재정건전성도 이미 악화된 경우가 많아 효과적인 경기대응이 어렵다. 결국 소득불평등이 높은 사회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재정여력도 없어, 동일한 외부충격에도 사회불안 속에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소득불평등이 심한 국가에서 재정건전성이 이미 악화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삶에 여유가 있어 정부지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고소득층에 비해 빈곤층은 정부지출을 이미 절실히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평균적으로 동일한 국민소득이어도, 빈곤계층이 많은 경제는 이들 의견이 반영되어 정부지출이 이미 늘어난 상태가 많다.
물론 빈곤층이 원하는 대로 정책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산층과 빈곤층의 소득격차에 비해, 통상 부유층과 중산층 차이가 크기 때문에 선거에서 중요한 정부지출은 중산층도 빈곤층과 의견을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정부지출 확대에 우호적인 정부가 집권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또한 이런 계층이 많으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됐어도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 빈곤층 삶이 정부지출에 이미 의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회 안정성 때문만이 아니라,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경기대응능력을 키워 경기침체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도 소득불평등 심화는 사전에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인가?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미리 정부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모순된 이야기가 된다.
결국 핵심은 정부지출과 세금제도를 고안하는 방식이다. 환언하면, 재정건전성에 부담 주는 동일한 지출을 한다면, 일반적인 모든 계층에 지출을 늘리기보다 저소득층이 정책집행의 주요 목표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소유 곧 생활비 전부를 헌금하는 가난한 미망인과 풍족한 중에 많은 헌금을 하는 부자는 같은 액수의 돈도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음은 명확하다. 같은 맥락에서, 동일한 재원 조달을 생각해야 한다면 그 방식은 부유한 사람이 부담을 더 지는 누진적 체계여야 한다.
그러나 누진적인 구조가 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계층 증가를 의미해선 곤란하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조세의 기본 원칙이다. 소득에 비례해서 부담이 느는 누진 구조를 가져야 하지만, 저소득 면세계층이 늘어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계층이 늘어나면 타인의 돈을 사용하는 구조 때문에 낭비적인 지출을 막기 어렵다.
결국 조금이라도 모두가 조세를 부담하되 그 체계는 누진적이면서, 지출 대상은 저소득층에 집중될 수 있도록 조세·지출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소득불평등을 넘어서 경제안정을 이루는 기초가 된다.
성태윤(연세대 교수·경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