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감몰아주기 규제법’ 빠져나갈 구멍 크다

입력 2013-07-02 17:42

주요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우여곡절 끝에 마련됐다.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 증여 통로로 악용됐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안을 비롯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로 줄이는 ‘금산분리 강화법’, 프랜차이즈보호법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대선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 이슈가 선거가 끝나자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 모습이었고, 경제민주화가 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부각되면서 시들해진 측면도 있었음을 감안하면 성과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말 140개 국정과제를 최종 확인하면서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경제부흥을 꼽고, 이를 구체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3대 중간과제로 창조경제, 민생경제와 함께 경제민주화를 꼽았다. 경제민주화가 현 정부의 경제부흥을 달성하기 위한 기초과제임을 천명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마련된 경제민주화 법안은 당초 취지보다 상당히 느슨해졌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산분리강화법안은 여야 간 논란이 없었으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은 규제 대상이 법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당초 ‘모든 계열사 간 거래’에서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와의 거래’→‘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와의 거래’로 거듭 위축됐다.

게다가 ‘일정 지분율’에 대한 규정은 나중에 대통령령에 별도로 위임하기로 했다. 재벌들의 적극적인 반발이 지속적으로 작용할 것을 감안하면 ‘일정 지분율’ 기준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규제 대상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법안은 마련됐으나 실속이 없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오죽했으면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조차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이 재벌들이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어주는 등 사실상 경제민주화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까. 총수 일가가 (일정)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와의 거래만 문제 삼는 것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라는 또 다른 경제민주화의 과제를 무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