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풍전등화… 이집트 시위 격화
입력 2013-07-01 22:18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취임 1주년인 지난 30일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무르시 찬반 세력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최소 16명이 숨지고 781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정부 시위를 이끈 ‘타마로드(반란)’는 무르시 대통령에게 2일까지 퇴진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 와중에 법부장관 등 4명이 사퇴하는 등 이번 사태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 수십명은 시위 이틀째인 이날 수도 카이로에 있는 이슬람 최대 정치 조직이자 무르시의 정치적 기반인 무슬림형제단 본부를 습격했다. 시위대가 화염병으로 공격하자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목격자는 전했다. 이 사고로 무슬림형제단 본부에 있던 8명이 사망했다.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은 “경찰이 청사를 보호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무슬림형제단 경비원 또한 청사 안에서 실탄을 쏘며 시위대에 대응 사격을 했다고 활동가들은 주장했다.
카이로의 민주화 성지 타흐리르 광장과 헬리오폴리스 대통령궁 주변에서는 무르시의 퇴진과 조기 대선을 요구하는 집회가 벌어졌다. 타마로드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사임하지 않으면 전면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이 시작될 것”이라며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경고했다. 타마로드는 노동계에 전국 총파업을 촉구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자진 사임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무르시 대통령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제2의 시민혁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조기 퇴진하면 차기 대통령의 정당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헌법 질서를 해치는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시위가 확산되자 관광, 환경, 정보통신, 법무부 등 장관 4명이 사퇴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한 고위 관료는 “4명의 장관이 하샴 칸딜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가운데 히샴 자아주 관광장관은 지난달부터 사직을 고심해 왔다”고 밝혔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