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그랜드슬램, 이번 시즌이 평생 못 올 기회”

입력 2013-07-01 19:54 수정 2013-07-01 22:32

‘메이저 3연승’ 박인비 인터뷰

“그랜드슬램(한 해 열리는 메이저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것)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아 이번 시즌이 제게 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68회 US여자오픈마저 제패한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그랜드슬램 달성의 꿈을 털어놓았다. 박인비는 1일(이하 한국시간) 우승 시상식 후 열린 공식 인터뷰에서 “내 목표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보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시즌에 상관없이 메이저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것)을 달성하는 것”이라면서도 “만약 내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면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US여자 오픈에 9번 출전했는데 출전할 때마다 좋은 플레이를 했고, 첫 우승을 US여자 오픈에서 했지만 그때보다 이번 우승을 함으로써 더 큰 감사함을 느낀다. 이렇게 큰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다는 것이 기쁘고 영광이다. 내 이름을 LPGA 역사에 남길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이후 63년 만에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는 “자하리아스 옆에 내 이름이 새겨지는 것은 아주 큰 의미를 갖는다. 사실 내 이름이 그곳에 새겨진다는 것 자체를 상상도 못했었는데 그것을 이루어 냈고, 여자 골프 역사에 내 이름을 남기게 돼 정말 영광”이라고 감격했다.

1998년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 끝에 한국 선수 최초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골프에 입문한 ‘세리 키즈’ 박인비는 ‘당신을 보고 있을 어린 골퍼들에게 오늘 우승이 어떠한 의미가 될지 말해 달라’는 요청에 “이번 우승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누군가가 내 플레이를 보고 배울 수 있다면 그건 아주 기쁜 일이다. 내가 한국 여자 골퍼들의 업적을 이을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날 박인비에 대한 찬사를 일제히 쏟아냈다. 미국의 CBS스포츠는 “타이거 우즈, 잭 니클라우스, 아놀드 파머, 아니카 소렌스탐, 낸시 로페즈도 해낸 적 없는 일을 박인비가 해냈다”고 극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박인비가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하면 역대 어느 남녀 골퍼도 이루지 못한 한 시즌 4개 메이저 우승이라는 위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스터스가 포함되지 않은 1930년 보비 존스(미국)의 대기록은 캘린더 그랜드슬램으로 보지 않고 있다.

LPGA 선수들은 박인비에 대한 칭찬과 함께 두려움을 표시했다. 세계 랭킹 2위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박인비는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됐던 퍼트도 성공시켰다. 그런 모습을 보면 좌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2010년 US여자오픈 우승자인 폴라 크리머(미국)는 “환상적 플레이를 펼치는 박인비를 상대로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더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