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성과내고 정치에 발목… 朴대통령 ‘內治’ 시험대
입력 2013-07-01 19:43
미국 방문에 이어 중국 방문에서도 외교적 성과를 내고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산적한 국내 현안에 직면하게 됐다. 유독 내치(內治)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박 대통령은 중국 출장 이후 숨 돌릴 틈 없이 국내 정치 시험대에 서야 하는 형편이다.
박 대통령이 국내에서 자리를 비운 3박4일 동안 국가정보원 문제는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건과 대선 때 댓글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민주당은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박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면서 장외집회에 나섰다.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정계 은퇴까지 걸고 배수진을 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의원이 대화록을 입수해 읽어봤다는 의혹, 선대본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 대사가 집권 시 대화록을 공개할 계획이었다는 폭로도 터졌다.
일단 방중 일정 마무리와 함께 취임 첫해 하반기를 맞은 박 대통령은 민생 현안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1일 매주 주재했던 수석비서관회의도 거르고 휴식을 취하는 한편 밀린 보고를 받으면서 국내 상황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방중 결과를 정리하는 후속조치도 챙겼다고 한다.
7월 첫째 주부터 중순까지 각종 경제 관련 정책 발표와 회의들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 첫째 주 연이은 정책 발표에 이어 9일 관광진흥정책회의를 거쳐 박근혜정부에서 두 번째 열리는 무역투자진흥회의까지 촘촘히 일정이 짜여 있다. 주로 창조경제와 실물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정책 발표를 통해 국민들이 정책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과 관련해 2일부터 실시되는 국회 국정조사는 당분간 각종 민생 이슈들을 삼킬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줄곧 박 대통령을 겨냥하면서 ‘정권 흔들기’에 나설 태세다. 이에 박 대통령은 “국정원이 대선 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며 선을 그은 뒤 여야가 의혹을 밝혀줄 것을 촉구한 바 있으며 청와대는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사활을 건 공세에 현 정권이 상처를 입는 것은 불가피하고, 국정 운영의 동력이 상당 부분 손실되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적극 대응으로 선회할 경우 ‘청와대 대(對) 민주당’ 구도가 선명해지는 한편 국정원 이슈가 부각되면서 야당의 전략에 휘말리게 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