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회적기업] ‘일+사회공헌’ 쑥쑥크는 사회적기업, 6년 생존율 94%
입력 2013-07-01 19:18
‘우주에 단 하나밖에 없는 제품.’
나만의 것을 갖기 원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고급 제품의 광고 문구 같지만 이는 지하철 광고판으로 가방과 파우치를 만든다는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의 슬로건이다. 이들은 버려지는 지하철 광고판이나 현수막을 수거해 세탁 후 디자인에 맞게 제작해 판매한다. 수익금의 일부는 기부까지 하는 ‘터치포굿’은 2008년 설립돼 활발히 활동 중인 사회적기업이다. ‘버려지는 것들을 모아 좋은 제품을 만들고 좋은 가치까지 담아 사람들의 마음을 만진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업체는 스스로를 ‘없어지고 싶은 회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버려지는 게 없어 제품을 만들지 못하게 되는 날을 꿈꾼다는 뜻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사회적기업 ‘위캔’은 장애인들이 쿠키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허브와 고급 과일을 함께 넣어 국산 쌀과 밀로 만든 ‘위캔’의 쿠키는 비교적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위캔에서 일을 하는 장애인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지능장애 3급 유정만(29)씨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오붓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2011년에 설립된 ‘굿윌스토어’는 쓰지 않는 물건을 지역주민들과 기업에서 기증받은 뒤 판매하는 방식으로 재활용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저소득층 노인에게 저렴한 가격의 보청기를 판매하는 ‘딜라이트 보청기’나 친환경으로 청소사업을 하고 있는 ‘함께 일하는 기업’ 등 다양한 사회적기업이 적재적소에서 활약 중이다.
성공적인 분위기는 사회적기업 선정 전 단계인 ‘예비 사회적기업’이 급증 추세를 보이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306곳이던 예비 사회적기업은 2010년 961곳, 2012년엔 1852곳으로 크게 늘었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사회 공헌과 나눔, 상생이 부각되는 사회 분위기와 윤리적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확산되면서 사회적기업 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초기인데도 사회적 기업의 성공률이 높은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지난 6년간 사회적기업 인증을 유지하지 못한 곳은 전체 827곳 중 49개 기업에 불과했다. 5∼6%가량만 문을 닫은 셈이다. 다만 이런 실패 사례에 대한 연구와 기업가 교육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각장애인들을 고용해 곰 캐릭터 인형을 만들었던 한 사회적기업은 2011년 11월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했다. 이윤이 나기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이다. 노동부로부터 일자리 창출과 사업개발비 명목으로 받은 지원금 4500여만원 중 490만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고, 결국 경영악화로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장애인들을 고용해 A4용지를 만들고 관공서에 납품하던 한 지체장애인협회도 계속된 적자로 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2008년 인증을 반납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반납한 후엔 장애인 복지에만 집중하고 있다. 일부 사회적기업은 허위로 서류를 제출해 인증을 받은 뒤 수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지만 불투명한 회계처리 문제가 불거져 지난해 5월 검찰 진정까지 내는 일도 있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송남철 육성평가팀장은 “지속적인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인증조건 유지를 돕고 매년 두 차례씩 이뤄지는 모니터링과 수시점검을 통해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박세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