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회적기업] 노인·장애인·청년 기업들 “착한 아이디어 있어요”

입력 2013-07-01 19:19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 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 특별한 장(場)이 섰다.

사회적기업의 날을 맞아 고용노동부와 경기도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2013 사회적기업 박람회’다. 이번 박람회에는 100곳의 사회적기업 외에도 예비 사회적기업 42곳, 마을기업 23곳, 소셜벤처 4곳 등 19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각 기업들은 ‘교육·취미’ ‘생활·환경’ ‘문화·예술’ ‘지역·부처·특화’ 등 11개 분야로 나뉘어 부스를 세운 뒤 아이디어와 상품을 뽐냈다.

‘따뜻한 대한민국, 사회적기업이 만듭니다’라는 슬로건에 맞게 박람회장에는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복지를 목적으로 한 기업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박람회장 한쪽의 ‘명화극장’ 부스에는 고홍규(76) 할아버지가 설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난 5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은 명화극장은 노인들을 위한 극장이다. 명화극장 김현주 실장은 “경기도 안산의 폐업한 극장을 구해 1960∼80년대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며 “55세 이상 이면 누구나 2000원을 내고 영화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명화극장에서는 60·70대 노인들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실제 고 할아버지는 명화극장의 ‘과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일하면서 내가 아직 이 사회에서 ‘쓸모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들이 만든 목공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동그라미의 꿈’ 부스 앞에는 제품을 구입하려는 관람객들로 문정성시를 이뤘다. 현판을 구입한 김성희(43·여)씨는 “공예품이 매우 정교하고 예쁘다”며 “‘장애인이 만들어서 어딘가 부족할 것 같다’는 편견을 가졌던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소셜벤처 부스에서는 청년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다. 20대 청년 6명이 본인의 여행 경험담을 담아 만든 ‘보편적인 여행잡지’는 국내와 국외 관광지의 맛집, 숙소 정보는 물론 ‘관광지의 역사’ ‘관광지로 유명해진 이유’ 등을 담고 있다. 보편적인 여행잡지 운영진 박준상(28)씨는 “과거 국제개발 관련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만난 친구들끼리 ‘여행’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발견하고 ‘여행을 좀 더 생산적으로 활용해 보자’는 생각에 지난해 11월 잡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잡지는 3개월에 한 번씩 발간되며 국내 대형 서점과 인터넷에서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박람회에서는 ‘토속인형 만들기’ ‘재활용장난감 만들기’ 등 일반 시민들도 직접 사회적기업의 제품 생산을 체험하는 시간과 난타 등 각종 문화 공연도 진행됐다. 고용부는 박람회 기간 동안 사회적기업관과 별도로 소셜벤처관을 꾸며 최근 청년들의 관심이 높은 소셜벤처와 창업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성공한 CEO와의 토크콘서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람회는 3일까지 진행된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