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화 진수 맛보세요”… 국립중앙박물관 ‘알사바 왕실 컬렉션’ 展
입력 2013-07-01 19:01
“우리 유물이 우리 것만은 아닙니다. 서로 나눠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다른 문화권인 한국에 와 이렇게 전시하는 것입니다.”
1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전 언론공개회장. 행사를 위해 내한한 쿠웨이트 왕실의 후사 사바 알살렘 알사바 공주는 흔쾌히 유물 대여에 응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0월 20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는 후사 공주 부부 소장 컬렉션 중 카펫, 유리, 보석 공예 등 엄선된 367점이 나왔다. 컬렉션은 1983년부터 국가에 영구대여 돼 쿠웨이트 국립박물관이슬람미술관(DAI)에서 관리 중이다.
전시는 후사 공주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2008년 한-아랍 소사이어티 창설 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했을 때 한국 전시 의사를 피력한 게 계기가 됐다. 전세기로 3차례나 유물을 나르는 등 운임 일체를 쿠웨이트 측에서 댔다. 오는 10월 미국 메트로폴리탄 전시를 위해 반가사유상 등 국보급 문화재의 해외 반출을 두고 국내에서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 후사 공주는 “어떤 나라 문화를 이해시키는 데는 글보다 전시를 통해 문화재를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 아니겠느냐”고 했다.
후사 공주의 문화재 개방주의는 한국인에게 유럽 문화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낯선 이슬람 문화의 진수를 맛볼 기회를 준 셈이 됐다. 이슬람 미술 전반을 소개하는 전시는 국내 처음이다. 전시품은 8세기에서 18세기까지 1000년에 걸쳐 있다. 공간적으로도 아라비아 반도는 물론 이베리아 반도,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 광대한 지역을 아우른다. 1부는 이슬람 문명의 기원, 성숙기, 전성기 등 시간적 순서로 엮었다. 2부는 이슬람 문화의 특성을 서체, 아라베스크 무늬 등으로 요약해 꾸몄다.
길이 9m 넘는 18세기 이란의 ‘정원 카펫’은 이슬람 판 ‘몽유도원도’ 같다. 아라비아 서체의 ‘캘리그라피’는 동양의 서예를 연상시킨다. 우리 상감청자와 비슷한 시기인 13세기 이란에서 제작된 이중 투각기법의 도자기(사진 아래)는 탁월한 기술력을 가늠케 한다. 14세기 전반 이집트 산 대야(위)는 황동에 은으로 무늬를 상감했는데, 그 독특함에 눈을 떼기 어렵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