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을 쓰는 박인비] 그린 여왕의 ‘3가지 무기’
입력 2013-07-01 18:53 수정 2013-07-01 22:10
‘메이저 대회 3연승’ ‘한국인 한 시즌 최다승(6승)’ 위업을 달성한 박인비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전문가들은 박인비가 맞춤스윙, 컴퓨터 퍼팅, 안정된 멘탈이라는 골프의 3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아마추어 스윙이라고?=느릿한 백스윙. 손목을 꺾는 코킹도 생략된 듯하다. 임팩트 순간 벌써 머리가 목표 방향을 쳐다보며 헤드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교과서적인 스윙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박인비의 스윙은 마치 아마추어 같아 보인다.
하지만 박인비는 자신만의 스윙을 완성해 LPGA 투어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박인비는 우선 유연성이 부족한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스윙을 만들어냈다. 충분한 비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운 스윙이지만 타고난 손목 힘으로 거리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실제 그는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246.935야드로 82위에 불과하다. 드라이버샷 정확도는 73.6%로 45위다. 하지만 아이언샷부터 박인비의 진가가 드러난다. 아이언으로 그린에 볼을 올려 버디 기회를 잡는 레귤러 온 확률은 15위(71.4%)로 껑충 뛰어오른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정확한 임팩트에 있다. 그의 어색한 백스윙 동작은 스윗 스팟에 정확히 임팩트하기 위한 전 단계에 불과하다. 그의 백스윙이 느린 것은 몸의 회전축이 흐트러지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스윗 스팟에 볼을 맞히는 데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임팩트 후 심한 헤드업처럼 보이지만 아니카 소렌스탐처럼 스윗 스팟을 벗어나지 않는 비법을 터득한 것이다.
◇안정된 멘탈=박인비가 숨 막히는 승부에서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5년째 인연을 맺고 있는 조수경(43) 멘탈 코치(스포츠심리학 박사)의 공이 크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5년간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조 박사로부터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조 박사는 수영의 박태환, 리듬체조 손연재 외에 유소연, 홍순상 등 정상급 프로골퍼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를 앞둔 지난 25일 전화를 걸어 대회와 관련해 조 박사와 30여분간 상담을 했다.
조 박사에 따르면 박인비는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회복 탄력성이 뛰어난 선수라고 극찬했다. 조금 전의 실수를 금방 잊고 다음 샷에서 평상심을 빨리 되찾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아오는 게 최근 박인비가 상승세를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컴퓨터 퍼팅=박인비의 최대 강점은 무엇보다 평상심을 유지하는 데 있다. 특히 퍼팅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신기에 가까운 실력을 뽐낸다.
그는 긴 퍼팅의 경우 “거리만 맞추자”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퍼트를 한다. 백스윙 때 헤드는 살짝 안쪽으로 움직이고, 임팩트 뒤에는 헤드를 일직선으로 내뻗는 ‘인 투 스퀘어’ 스트로크를 한다. 박인비의 올 시즌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는 28.43개. LPGA 전체 선수 중 1위에 올라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