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회장 구속… 현 정부 첫 대기업 총수 수감
입력 2013-07-01 18:48 수정 2013-07-02 01:22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00억원대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1일 구속 수감됐다. 현 정부 들어 대기업 총수가 검찰 수사로 구속되기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기록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조사실에서 대기하던 이 회장은 밤 11시쯤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이송 차량에 올랐다. 이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이 회장은 7000억원대 국내외 차명 재산을 굴리면서 700억원 안팎의 세금을 내지 않았고, 10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렸으며, 법인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그 돈을 개인 부동산 투자에 써 회사에 3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6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오전 11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회장 측은 일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안정적 기업 경영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영장 기각을 요청했다고 한다. 검찰은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CJ 국내외 법인이 총동원돼 조직적으로 이뤄졌으며 혐의가 중대해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11시간가량 심사 끝에 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공범으로 지목된 신모(57) CJ글로벌홀딩스 대표가 이미 수감 중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기소 전 최대 20일간의 수사 기간 동안 CJ 계열사 주가조작 혐의, 재산 국외도피 혐의 등에 대해서도 보강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CJ그룹 비자금 수사는 채동욱 검찰총장 체제에서의 1호 대기업 수사다. 채 총장이 대기업 오너 비리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은 취임 초부터 예견돼 왔다. 지난해 잇단 추문으로 위기를 맞은 검찰로서는 모종의 돌파구가 필요했고,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수사는 장기간 축적한 내사 자료를 바탕으로 신속히 핵심을 치고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본사 압수수색부터 오너 구속까지 41일 만에 끝냈다. 채 총장은 지난 4일 주례 간부회의에서 “성과에 집착해 적법 절차에 소홀하거나 수사 대상자, 기업의 정상적 활동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이달 중순쯤 이 회장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오너 일가나 2008년 CJ그룹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가 번질 가능성은 낮다.
검찰 개혁 논의가 진행 중이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 진행이 부담스러운 점을 감안하면 검찰의 다음 타깃 역시 기업 범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안팎에서는 H그룹과 또 다른 H사, L사, P사 등에 대한 본격 수사가 오는 8월쯤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로 지난 정부 주요 인사들과 친분이 있거나 해외 비자금 조성 내지 역외탈세 의혹이 제기됐던 곳이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