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1%대 저물가… 짙어지는 일본식 디플레 그림자
입력 2013-07-01 18:43 수정 2013-07-01 22:20
‘일본식 장기불황(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우리 경제를 뒤덮고 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낮은 물가는 소비와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 가계는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지갑을 닫고, 기업은 소비 부진으로 이익이 줄어든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다시 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부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일축한다. 국제유가 하락에다 보육비 지원 등 정책 효과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일 뿐 지속적으로 소비·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내수 부진을 조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디플레이션의 터널에 빠져든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은 1일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보다 1.0% 상승했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월(0.8%)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던 지난 5월(1.0%)에 이어 2개월째 1%대를 턱걸이했다. 특히 지난해 11월(1.6%) 이후 8개월 연속 1%대 저물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장기적 물가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물가)도 전년 동월보다 1.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서민의 장바구니를 위협했던 신선식품지수는 신선채소(-1.7%), 신선과실(-4.2%)이 하락하며 전년 동월보다 2.2% 하락했다.
정부는 물가 하락 원인을 양호한 공급조건에서 찾는다. 기상여건이 좋아 농산물 공급이 늘었고,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국내 석유류 가격도 떨어졌다.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2.2%, 석유류 가격은 5.1% 떨어졌다. 여기에다 지난 3월부터 무상보육이 확대돼 보육비가 줄어든 것도 물가를 끌어내렸다.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적인 요인보다 일시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해 내수를 끌어올리면 물가가 적정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자신한다.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물가상승률을 올해 1.7%, 내년 2.8%로 전망한 배경이다. 반면 전문가 시각은 다르다. 경기회복을 이끌 수요가 부진한 탓에 물가 상승 압력도 사라지고 있다고 본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저물가가 계속되고 있어 디플레이션 방향으로 간다고 봐야 한다”며 “하반기 경기가 좋아지면 물가도 소폭 오르겠지만 1%대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