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대출금리 13%로 뚝… 고객잡기 전략 ‘자충수’ 우려

입력 2013-07-01 18:42


상호저축은행들이 갈수록 고사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불황과 부동산 경기침체로 빚어진 수익성 악화에 ‘제 살 깎아먹기’식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저축은행의 지난 5월 신규취급액 기준 일반대출 금리가 연 13.73%로 전월(연 14.78%)보다 1.05% 포인트 떨어졌다고 1일 밝혔다. 5월 초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내려간 영향을 받았지만 금리가 한 달 새 1% 포인트가 넘게 내려간 것은 이례적이다.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내린 만큼 예금금리도 크게 낮아져야 예대마진(예대금리 차이에 따른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데 예금금리는 소폭 인하에 그쳤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 1월 연 3.54%에서 5월 연 3.16%로 인하됐다. 같은 기간 대출금리가 1.99% 포인트 떨어졌는데 예금금리는 고작 0.38% 포인트 내려간 셈이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는 5개월 만에 1.5% 포인트나 줄었다.

저축은행에 대출금리는 ‘최후의 보루’다. 2010년 연쇄 부실사태 이후 예금으로 들어온 돈을 저신용자에게 높은 금리에 빌려줘 예대마진으로 먹고살았다. 하지만 고객의 외면이 길어지자 이마저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수익사업이 없어 예대마진으로 먹고 사는 저축은행이 이처럼 예대금리를 줄인 것은 절실함의 표현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대출영업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전체 대출 규모는 2010년 말 64조7458억원에서 지난 4월 30조3662억원으로 2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여기에다 소비자 머릿속에서 ‘저축은행은 불안한 곳’이라는 인식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2010년 부산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이어진 부실사태가 뇌리에 깊게 남아서다.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제1 금융권이 내놓은 중금리 대출은 저축은행 ‘밥줄’을 위협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서민금융을 내세우며 연 13% 수준의 대출상품을 내놓았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가 부족해 기존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소비자가 대상이다.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층이 고스란히 시중은행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부업체도 ‘금리 경쟁’에 뛰어들어 저축은행을 옥죄고 있다. 최근 대부업계는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다.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는 인터넷 등으로 직접 대출받는 고객에게 최고금리를 종전 연 39.9%에서 연 29.9%로 10% 포인트를 내리기로 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결국 시중은행과 대부업체 사이에 낀 저축은행은 대출금리 인하라는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며 “대출금리를 내려서라도 고객을 다시 데려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무리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자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경영위기에 처한 저축은행이 속출하는데 새 사업을 찾지 않고 제 살을 깎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