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이후 학교 운영비 확 줄어… 비 새는 찜통 교실, 교육복지 뒷걸음
입력 2013-07-01 18:16 수정 2013-07-01 22:15
간헐적으로 비를 뿌리기는 했으나 한낮의 기온이 30도에 육박했던 1일 오후. 서울 시내의 A초등학교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끈적끈적해진 몸을 식히기 위해 쉴 새 없이 책받침 등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이날 찾아간 A초등학교는 당국의 ‘교육복지’, ‘수업복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에어컨은 전기요금 때문에 3∼4교시에 한 차례 가동하고 있었다. 그나마 출력이 약해 에어컨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없다. 5학년 남학생은 “더워도 에어컨을 켜지 않을 때가 있다. 체육시간이 끝나면 쓰러질 것 같다. 부채질하며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는 “에어컨 가동을 억제하는데도 학교에서 쓰는 전기요금이 2001년 2000만원에서 현재 5000만원 이상으로 늘어났다”며 “하지만 같은 기간 교육청에서 지원되는 학교 운영비는 조금 늘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냉방은커녕 통풍도 쉽지 않았다. 교실의 일부 창문은 반쯤 열린 채로 멈춰있었다. 한 남학생은 “창틀이 낡아 우리 힘으로 여닫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창틀은 수리하면 그때뿐이다. 30년 된 건물이어서 외부 열에 건물이 쉽게 팽창하고 수축해 창틀이 남아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무로 된 교실 바닥은 ‘삐걱삐걱’ 소음을 냈다. 덩치 큰 학생이 지나면 거슬리는 소리가 더 커졌다. 한 교사는 “자습시간이나 시험감독 때 아이들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조심조심 걷는다”고 말했다. 비치된 소화기는 봉인이 뜯겨 뒹굴고 있었고, 건물 곳곳에는 균열이 있었다. 심지어 금을 메운 시멘트 사이로 또다시 금이 간 곳도 있어 안전진단과 보수가 시급해 보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이런 열악한 교육 환경은 A초등학교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교총은 지난달 10∼17일 전국 유·초·중·고교 교원 1423명을 대상으로 ‘학교 살림살이(학교 기본운영비)’ 실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응답 교원 중 55.7%는 운영비 부족으로 ‘수업 등 교육활동이 어렵다’고 했고, 60%는 “냉난방이 안 돼 학생들이 수업 때 힘들어한다”고 했다. 운영비 부족의 원인으로 교사들은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 증가’(37.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 서울의 무상급식 예산은 지난해 1381억원으로 2010년 대비 8배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교육시설 확충 예산은 2617억원에서 1039억원, 교육환경 개선 예산은 3562억원에서 1810억원으로 급감했다.
특히 ‘운영비 부족으로 노후·파손된 시설환경 보수가 어렵다’고 응답한 교원이 57.4%, ‘천장이나 벽면에서 비가 새는 교실이 있다’는 반응도 37.6%나 됐다. 예산부족으로 학예회나 운동회 등을 축소했다는 대답은 43%, 교내외 체험활동을 ‘줄였다’고 응답한 비율은 27%였다.
교총 관계자는 “정부가 고교무상교육, 대학등록금 인하 등 막대한 예산이 드는 복지에 신경 쓰기에 앞서 기본적인 수업 환경 개선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도경박세환 박요진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