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명진] 저가 관광 패키지 퇴출시켜야
입력 2013-07-01 18:26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 하에 적극적인 관광산업 활성화 정책을 실시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최근 5년 새 엄청난 성장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엔 사상 최초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양적인 성장을 위해 너무 빨리 달려온 탓일까?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이 시점에서 개선해야 될 관광산업의 문제점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으며, 알면서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쉬쉬해 왔던 문제들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저가 패키지 관광’은 관광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다.
외국 아웃바운드 여행사의 저가 관광 상품 및 관광객 유치는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이는 결국 수준에 미달되는 관광 서비스와 무자격 가이드, 각종 쇼핑숍과 연계한 리베이트 등의 부작용을 낳으며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같은 저가 관광 패키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당 부분에 대한 개선 정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문화부가 추진하는 저가 관광 개선 정책은 저급한 수준의 초저가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를 규제하고, 여행사 및 가이드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쇼핑센터 폐지, 무자격 가이드에 대한 단속 및 행정처분 강화 등이다. 이는 관광 산업이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도적 규제가 생겼다고 하여 저가 관광 패키지의 근본적 문제점이 모두 해결될 수는 없다. 여행사가 저가 패키지를 만들어 내는 본질적인 이유는 낮은 가격의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관광객)가 많기 때문이다. 실수요자인 관광객들의 저가 관광 패키지 근절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가 관광에 대한 규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감소라는 역효과만 낳을 수 있다.
간혹 뉴스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 관광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에 불만족을 토로하는 모습을 접하게 되는데, 일의 인과관계를 되짚어보면 저렴한 상품을 구매한 그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의 상품을 구매하면서도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각종 규제 정책 실시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들의 인식 재형성을 유도해야 한다. 그들이 정상적인 관광 상품을 통해야 한국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저가 관광 패키지를 뿌리 뽑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주도 하에 외국인 대상 인식 변화 캠페인을 실시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필수다.
한국은 올해 초 세계적인 여행안내서 론리 플래닛이 추천하는 ‘2013년 여행하기 좋은 나라’ 3위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우리나라 관광 산업의 잠재 가능성을 전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글로벌 관광 선진국가로서의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수많은 노력으로 힘들게 이룩해 온 성과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정부를 비롯해 모든 국민이 저가 관광 패키지 근절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명진 코스모진 여행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