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부 53.3℃… 불볕더위 맹위

입력 2013-07-01 18:01 수정 2013-07-01 22:18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지역에 사는 마이크 우드씨는 스스로 “난 더위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말해왔다. 데스밸리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덥기로 이름난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여름 더위는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급기야 러닝화가 저절로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을 보았을 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마치 신발을 끓이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우드의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30일 오후(현지시간) 이 지역 기온이 섭씨 53.3도를 기록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데스밸리가 속한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애리조나와 네바다주 등 미국 남서부 일대가 그야말로 혹독한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40도를 넘는 더위는 예삿일이 됐다. 팜스프링 지역의 온도가 50도를 기록했고, 라스베이거스는 47.2도, 피닉스는 48.3도를 찍었다. 피닉스에서는 이륙이 예정돼 있던 US항공 여객기 18대의 운항이 취소되기도 했다. 폭염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최소 1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열사병으로 입원했다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지난주에는 애리조나에서 7명이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애리조나주 야넬힐 지역에서는 산불을 진압하던 소방관 19명이 몰살당한 채 발견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가장 많은 소방관 희생자를 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소방관들은 30일 불이 산속 깊숙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방화선을 깔고 탈출로를 여는 임무를 맡은 ‘핫샷(Hot-shot)’팀 소속으로 폭염을 무릅쓰고 출동했다가 변을 당했다. 방화선으로 소방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공간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불길이 일어났다는 게 애리조나 주정부 산림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소방대원들이 갑자기 치솟은 불길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28일부터 폭염으로 인한 산불이 일어나 404㏊에 이르는 면적이 불에 탔다. 애리조나 주정부는 야넬힐을 비롯한 인근 마을 주민 1000여명에 대해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