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에 새긴 혁명 문구… 리비아 벵가지 옷가게 ‘대박’

입력 2013-07-01 18:01

리비아 벵가지의 한 옷가게가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혁명의 요람 벵가지의 이 옷가게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디자인에 표현하고 있다.

티셔츠 한 장에 약 40달러로 저렴하진 않지만 젊은이들이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사후에 패션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비아 동부 벵가지에서 최근 가장 유명한 옷가게가 된 ‘보자’에는 사람들이 늘 북적인다. 가게를 찾은 학생 알리는 ‘낡은 것이 되기 전에 새 것을 잡으라’는 리비아 격언이 새겨진 티셔츠를 들어 보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늘 영어가 적힌 걸 샀는데 아랍 프린트가 된 셔츠는 처음이네요.”

몇 달 전 문을 연 이 옷가게의 주력 아이템은 티셔츠와 가방, 스카프. 카다피가 1969년 내쫓은 이드리스 왕의 초상화와 리비아 전쟁의 상흔이 그려진 티셔츠, ‘리비아인처럼 걸어라’ ‘벵가지’ ‘나는 키레나이카를 사랑해요’ 등의 문구가 적힌 상품이 눈에 띈다. 강대국의 침입을 수차례 받았던 리비아 키레나이카 지역은 2011년 이후 더 많은 자치권을 요구하는 곳이다.

가게 주인 아흐메드 벤무사(32)는 “정치와 일상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우리 디자인은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서도 “어떤 메시지는 비판적이지만 대다수는 유머러스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영국, 인도네시아, 미국, 카타르, 프랑스, 이집트 등에도 물건을 보내고 있다. 언젠가는 수도 트리폴리에도 분점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혁명이 시작된 벵가지는 트리폴리와는 다른 분위기를 내는 도시다. 자유주의 진영이 많은 트리폴리에 비해 이슬람주의적인 성향이 더 많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