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영적 교두보 한국교회, 세계에 비전 제시할 기회”… 한국준비위 ‘WCC부산총회를 말한다’ 좌담
입력 2013-07-01 17:50
오는 10월 28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에선 전 세계 140개국 교회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를 갖는다. 1961년 인도 뉴델리 총회 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총회가 지닌 의미는 크다. 복음이 전래된 지 120여년 만에 세계선교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교회의 강점을 알리고 지구촌 유일의 분단 상황에서 교회가 직면한 생명 정의 평화 어젠다를 풀고자 세계 교회가 머리를 맞댄다. WCC 한국준비위는 지난 24일 서울 목동 CBS에서 좌담회를 갖고 WCC 총회가 지닌 교회사적 의미와 한국교회의 신학적 성숙, 세계교회 지도력 배양의 필요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
박종화 WCC 총회대회준비 대회장
손달익 예장 통합 총회장
장상 WCC 한국준비위 상임위원
사회 : 김학중 꿈의교회 목사
△사회자=WCC 부산총회를 소개해 달라.
△박종화 목사=WCC 총회는 교단 총회 개념이 아니라 협의체이기 때문에 정치나 치리, 강제력이 없다. 봉사 신학 예배 업무 중심으로 모여 자유롭고 자발성도 크다. 따라서 무슨 안건이든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 결정되지 않는다. WCC가 결성된 것은 2차 세계대전 후 세계교회 지도자들이 ‘이젠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공동의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회원교단은 349개이며, 한국에선 예장 통합, 기감, 기장, 성공회 등 4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협력기관이다.
△손달익 목사=WCC는 교회 울타리를 넘어 전 세계 문제를 신앙의 시각으로 다루고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모임이다. 이번 10차 총회는 새로운 변화를 열어가는 역사적 대회다. 자연스럽게 전 세계 교회 대표들이 참여해 시대 이슈들을 논의하기 때문에 지구상 모든 교회 공동체가 참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자=성도들이 에큐메니컬이라는 용어에 낯설어한다.
△장상 목사=1961년 인도에서 열린 WCC 3차 총회에서 동방정교회가 가입했다. 로마 가톨릭은 WCC총회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신앙과직제위원회 정식 멤버로 함께 회의를 한다. 이처럼 WCC는 어떤 의미에서 유엔 총회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유엔에서 힘센 나라든 약한 나라든 한 표씩을 행사하지 않나. WCC는 갈라디아서 2장 말씀대로 공동의 선교 봉사를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사회자=역대 총회 가운데 가장 기억될 만한 총회는 언제인가.
△박 목사=1961년 3차 대회는 세계교회가 양극화된 상황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독교 역사의 주류는 동쪽 동방정교회 서쪽 가톨릭이 쌍벽을 이룬다. 그리고 종교개혁을 통해 형성된 개신교로 나뉜다. 동방정교회와 개신교가 합쳐진 게 뉴델리 총회다. 그때부터 명실상부한 기독교 협의체가 된 것이다. 이때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제3세계 교회가 대거 가입했다. 이번에 부산에 총회가 열리는 것은 전 세계에 한반도의 상황, 아시아의 문제 속에서 선교 봉사 예배 영성의 주제로 전 세계에 생명을 선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회자=총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장 목사=총회는 7년마다 열리는데 세계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에 이어 21세기 두 번째 희년을 맞은 것인데, 한반도 상황으로 봤을 땐 정전 60주년이다. 지중해에서 시작된 복음의 역사가 대서양과 태평양을 넘어 동북아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한국이 지닌 역동성과 생명력, 이것을 21세기 교회공동체에 전파하려고 하나님이 부산을 택하신 게 아닐까.
△사회자=부산총회 반대 목소리도 크게 들린다.
△손 목사=WCC는 전 세계 다양한 교회들이 모여 토론하는 곳이다. 단순히 논의가 됐다고 해서 WCC의 주장이 될 수 없다. 공식 문서로 채택돼야 진짜다. 종교간 대화, 개종전도금지 조항을 갖고 종교다원주의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WCC는 복음의 근본에 손상을 입히면서까지 대화하지 않는다. 다만 종교간 대화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기독교가 소수인 국가에선 연약한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종교간 협력, 대화가 필수다. 개종전도 금지 조항은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상대에게 구원이 없다고 주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장로교회가 감리교회에 구원이 없다고 매도한다면 어떻겠나. 이것을 타종교 전도 금지로 오해하고 있다.
△장 목사=4차 총회에서 타종교인과 대화하면서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부정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대화하지 않으면 사랑하기 어렵다. 기독교의 본질인 구원의 유일성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종교다원주의 등은 오해에서 나온 것이다.
△박 목사=WCC는 결정기구가 아니라 협의기구다. 따라서 만장일치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일부 교회가 동성애 문제를 제기하지만 결의문을 채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생각해보라. 동성애 문제를 한국교회와 정교회가 받아들이겠나. 토론장에서 이슈는 제기할 수 있으나 우리는 절대 받을 수 없다고 하면 거기서 끝이다. 한국교회는 아시아 선교의 중심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뱃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국제화 시대 WCC 총회 같은 세계적인 기구를 세계선교에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자=누구는 WCC가 성경의 권위를 인정 않는다고 한다.
△장 목사=WCC 헌장 1조는 성경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며 삼위일체 성부, 성자, 성령의 영감을 위해 소명을 다한다고 명시돼 있다. WCC가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사회자=용공 문제도 민감한 문제 아닌가.
△손 목사=동유럽 공산정권이 붕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게 교회지도자들이다. 용공이란 굴레는 냉전체제 아래 극우 보수주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이데올로기다. 그렇기 때문에 악용될 소지가 있으며, WCC를 용공으로 보는 것은 본질을 상당히 오해하는 것이다.
△장 목사=WCC가 용공이라면 어떻게 북한 크리스천을 돕기 위해 1983년 성경 5000부를 전달할 수 있겠나. 86년에는 남북 크리스천 지도자가 만나도록 도왔다.
△박 목사=미국은 72년, 한국은 92년 중국과 수교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용공이라며 공격하는 매카시즘 열풍이 일었다. 이념논쟁이 아니라 전 세계 구원을 위해 상황이 바뀌는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공산군이 남침을 하자 세계교회가 유엔군에게 동참해 달라고 성명서를 냈다. 이 문제 때문에 중국이 WCC를 탈퇴한 역사가 있다. 이런 역사를 두고 어떻게 용공이라 할 수 있나.
△사회자=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손 목사=WCC 총회는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세계 선교에 크게 쓰시려고 하는 섬김의 사건이다. 사회적 신뢰도가 낮아지고 교회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세계교회 최대의 축제를 개최한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전체 교회의 위상을 생각하며 협력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장 목사=WCC 총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교회도 갱신과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동력을 발견할 것이다. 교회의 위상이 양적으로 감소하고 질적으로 퇴보하는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큰 잔치를 베풀어주셨다고 생각한다. 이 기쁜 잔치에 기쁘고 감사한 마음, 겸손한 마음으로 참가해야 할 것이다.
△박 목사=지금 시대는 문화와 종교의 시대다. 한국은 유일한 분단국가이지만 기독교가 큰 세력을 차지한다. 따라서 아시아의 정신적, 영적 교두보로서 긍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교회가 짧은 시간 선교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베푸는 나라로 급성장했다. 빈곤의 대명사 한국이 독재국가로 가지 않고 민주주의, 세계무역 10대 국가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인가. 교회가 상당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실뿐만 아니라 좀더 통 큰 모습으로 가야 한다. 이제 우리의 사명을 자각하고 품을 좀 넓히자. 그리고 깊은 곳에 가서 그물을 던지자.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