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2020 달 탐사 프로젝트
입력 2013-07-01 18:31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 앞의 붉은 광장에는 블라디미르 레닌을 비롯해 각 분야에서 러시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묻혀 있는 국립묘지가 있다. 우리나라 첫 우주인 이소연씨가 1년여의 훈련을 마친 뒤 2008년 3월 이곳에 안장돼 있는 러시아 우주개발의 영웅들 묘에 헌화하고 안전한 우주비행을 기원했다. 러시아 우주인들의 전통을 따라 한 것이다. 그 덕분일까. 이씨는 무사히 우주를 돌아봤다.
이 묘지에는 6명의 러시아 우주 영웅이 묻혀 있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공을 세운 과학자 세르게이 코롤료프와 러시아 우주비행의 첫 번째 희생자인 블라디미르 코마로프에 이어 세 번째로 안장된 우주인이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한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이다.
당시 소련이 첫 인공위성 발사에 이어 첫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하자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1960년대 말까지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선언이 나왔고, 아폴로 계획이 부랴부랴 수립돼 급기야 1969년 7월 세 명의 우주인이 탄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켰다. 미국이 우주 경쟁에서 소련을 앞지른 순간이다.
이렇듯 미·소 양국이 주도하던 우주 전쟁은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신흥 우주국들의 ‘문 러시(moon rush)’로 인해 그 양상이 바뀌고 있다. 2007년 달 탐사위성 ‘창어 1호’를 쏘아올린 중국은 지난 11일 3명의 우주인이 탄 ‘선저우 10호’ 비행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인도는 2008년 달 탐사 우주선 ‘찬드라얀 1호’를, 일본은 2007년 달 탐사위성 ‘가구야 1호’를 각각 발사한 바 있다. 베트남 터키 인도네시아도 우주개발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11번째 ‘스페이스클럽’에 가입한 우리나라 역시 달 탐사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과의 협력을 통해 2017년 시험용 궤도선을 발사한 뒤 이를 토대로 2020년 본 궤도선과 무인 착륙선을 자력으로 쏘아올린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 달에 태극기를 꽂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일정이 다소 앞당겨졌다고 한다.
199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된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역사를 보면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부침을 보여 왔다. 계획 자체가 갈팡질팡했다. 달 탐사 성공을 위해선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는 견고한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