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경기도박물관장 “경기도박물관 전국에서 찾게 할 것”

입력 2013-06-30 19:52


이원복(59) 경기도박물관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박물관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출발해 미술부장·학예연구실장과 공주·전주·청주·광주박물관장 등 지방 박물관장을 두루 거치며 37년 2개월을 일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정년퇴직하고 지난 5월 하순 경기도박물관장으로 부임했다. 이곳 관장 임기가 2년인 점을 감안하면 박물관계 역대 최장수 인물인 고(故) 최순우 전 국립박물관장(38년 5개월)을 능가할 공산이 크다.

취임 한 달여를 맞은 그를 지난 28일 경기도 용인 상갈동 박물관 관장실에서 만났다. 공립 지방박물관 중엔 유물 구색도 갖추지 못한 채 지방자치단체장의 전시행정용으로 전락한 곳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경기도박물관은 달라요. 조선시대 수도 한양이 팽창하면서 경기도는 청송 심씨 등 명문 양반가의 세거지(世居地)로 떠오르지요. 그런 배경 때문에 국립중앙박물관을 능가하는 유물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도자기, 초상화, 복식이 3대 컬렉션이다. 왕실용 도자기를 굽던 관요가 용인, 이천 일대에 있었고, 명문가 무덤에서 출토된 부장품이나 기증이 많아서다. 복식 유물만 해도 1500점이 넘는다. 질적인 면에서도 뛰어나다. 보물로 지정된 숙종 때 문신 조영복의 초상화가 이곳 소장이고, 인조 동생 능창대군의 증손인 의원군 이혁 일가 묘에서 출토된 ‘능창대군 망건’ 등의 유물은 최근 대거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는 “경기역사문화는 도시팽창문화를 수백 년 먼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특히 내년은 경기도 정도(定道) 60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그런 상징성을 잘 살린 연구와 전시로 지역박물관에 머물지 않고 전국에서 찾는 박물관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지역민과 소통하는 박물관으로서의 역할도 강조했다. 학생과 직장인 등 지역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커지면서 연구·보존·전시 기능 못지않게 교육 기능이 강조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장래 희망이 박물관 큐레이터인 고교생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청소년인턴제, 어린이에게 고고학 세계를 알게 하는 발굴체험 등이 호응을 얻는 것도 그런 수요를 보여주는 예라고 했다. 도내 문화 소외 지역을 서화·도자기 등을 갖춘 버스박물관으로 순회하는 서비스에도 폭발적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이 관장은 “개관 당시인 1996년에 비해 도민들의 문화수준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며 “이런 수요에 맞춰 박물관 리노베이션과 함께 학예직 인력 보강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경제뿐 아니라 문화에서도 지역 차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박물관 인생 2막을 문화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그의 표정에서 각오와 의욕이 읽혀졌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