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길 어떻게 떠나…” 혈도 지킴이 할아버지… KBS1 ‘인간극장’
입력 2013-06-30 19:52
인간극장(KBS1·1일 오전 7시50분)
새떼처럼 섬이 많은 전남 진도의 조도(鳥島) 군도. 그 중에 마치 용 한 마리가 지나간 것처럼 큰 구멍이 뚫려있는 혈도(穴島)가 있다. 어디든 10분이면 갈 수 있는 작은 섬. 200년 전 이곳을 찾았던 서씨 일가와 김씨 일가가 뿌리를 내린 뒤 후손들이 대대로 지키며 살고 있는 곳이다.
서씨 집안 7대 후손 서이만(74) 할아버지는 살아생전 이 섬을 떠나 본 적이 없다. 아내 박복희(73) 할머니와 함께 온갖 종류의 생선을 잡고 톳과 미역을 기르며 7남매를 키웠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섬 생활은 불편함과 동일어나 다름없다. 열악한 수도 시설 때문에 물 한 번 속 시원히 써 보지 못했고, 전기가 부족해 촛불에 의지해 살 때도 다반사다. 이처럼 피곤한 섬 마을 생활에 지친 주민들은 하나둘씩 섬을 떠났고, 이제 혈도에는 주민 10명도 채 안 남았다.
“내가 여기서 태어났는데, 섬을 지키고 살아야지.” 그렇게 평생을 ‘혈도 지킴이’로 살아온 서 할아버지가 팔을 걷어붙이고 혈도 주민 구하기에 나섰다. 사비를 보태 선착장을 세우고 전기 시설과 수도 시설도 설치하려 애쓰지만, 섬에서 살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
믿을 건 가족뿐이지만 가족들 마음도 서 할아버지 마음 같지 않다. 섬에서 50년 넘게 모진 시집살이를 버텨낸 박 할머니는 허리 통증으로 망가진 몸이지만 이제라도 도시에 나가 세상 구경하며 살고 싶다. 또 아들 서일남(50)씨는 뒷바라지할 자식들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혈도로 돌아오기가 힘든 상황인데…. 과연 서 할아버지의 뜻대로 서씨 집안은 혈도에서 대를 이을 수 있을까. 5일까지 5부작.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