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퍼팅’ 박인비, 메이저 3연승 ‘눈앞’
입력 2013-06-30 19:29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새로운 ‘여제’ 박인비(25·KB금융그룹). 그의 거침없는 우승 뒤엔 ‘컴퓨터 퍼팅’이 있다. 자로 잰 듯 정확한 그의 퍼팅은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동료 선수들은 종종 그에게 퍼팅 비결을 묻곤 한다. 그러면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그저 제 감(感)을 믿고 할 뿐이에요.” 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제68회 US여자오픈에서도 그의 퍼팅 감은 여전히 예리했다.
세계 랭킹 1위 박인비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 골프장(파72·6821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3라운드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는 박인비가 유일했다. 중간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2위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과의 격차를 4타로 벌렸다. 이로써 박인비는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 이후 63년 만의 메이저 대회 3연승을 눈앞에 뒀다.
까다로운 그린에 핀 위치도 어렵게 꽂힌 데다 강풍까지 몰아친 3라운드에서 박인비는 정교한 아이언샷과 퍼팅으로 코스를 공략했다. 박인비는 이날 플레이한 68명중 유일한 언더파로 코스를 세팅한 미국골프협회(USGA)와 다른 선수들을 주눅 들게 했다. 특히 3타차까지 쫓긴 14번 홀(파4) 그린 위 둔덕에서 홀까지 10m 가량을 남기고 친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박인비의 플레이를 ‘가공할 만하다’는 말로 보도했다.
박인비가 퍼팅 감을 잡은 것은 미국에서 골프 유학을 시작한 지 3년쯤 지난 16세 때다. 그는 아버지 박건규씨의 조언대로 왼손을 아래쪽으로 내려 잡는 ‘크로스 핸디드 그립’을 잡았다. 이 그립은 손목의 움직임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박인비가 밝힌 퍼팅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우선 백스윙을 할 때 최대한 땅에 붙도록 낮게 한다. 그리고 공을 굴리는 느낌을 잡기 위해 그립을 부드럽게 쥔다. 가장 센 그립의 강도를 10이라고 하면 2정도의 힘으로 쥔다. 발걸음 수로 거리를 재지 않고 볼 앞이나 뒤에서 홀을 보면서 여러 번 빈 스윙을 하며 거리감을 잡는다.
박인비는 “3개 홀 연속 보기 뒤에 빨리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게 돼 다행이었다”며 “사흘간의 라운드 중 오늘이 퍼팅이 가장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