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집권 1년… 두쪽 갈라진 혼돈의 이집트
입력 2013-06-30 19:24 수정 2013-06-30 23:58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국민들이 이집트 역사상 최초로 민주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보내는 1주년 기념 선물은 최대 100만명이 참가한 전국적인 반대시위였다.
이날 아침부터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과 대통령궁 인근에 대규모 인파가 모여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이 중 수천명은 전날 밤부터 광장을 뜨지 않고 뜬눈으로 새벽을 지켜본 사람들이다. 무르시를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대도 맞불시위를 벌여 도심의 혼돈은 더 심해진 상태다. 반정부 시위는 알렉산드리아와 수에즈, 포트사이드 등 주요 도시는 물론 무르시의 고향인 자가지그에서도 열렸다.
28일부터 본격화된 시위로 미국인 한 명을 포함해 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이집트 당국은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집트 야당과 반정부 시민단체들이 결집한 ‘타마로드’의 마흐무드 바드르 대변인은 무르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청원서에 2213만여명의 국민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대선에서 무르시 대통령에게 투표한 1323만여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타마로드는 무르시 정부 출범 이래 경제난이 가중되고 치안이 악화됐다며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마로드에는 이집트 내 자유·세속주의파인 시민단체들이 속해 있지만, 이제껏 중립을 지켜온 시민들도 무르시의 실정에 분개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반면 무르시 대통령 지지자들은 청원서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으며 2016년 치러질 대선 전 대통령 사임은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이집트에 체류하는 자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는 시위나 대규모 모임이 열리는 장소에는 가지 말 것을 권했고, 미국 정부는 이집트 여행을 삼갈 것을 권고했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모든 세력은 폭력에 휘말리지 말고 경찰과 군대는 상황을 적절히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야당과 무르시 대통령이 좀 더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국가를 진전시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무르시의 집권 1년은 가시밭길과도 같았다. 군부와의 긴장감 속에서 취임 초기부터 불안한 정국이 계속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사법기관의 의회 해산권을 제한하고 대통령이 선포한 법령이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의 헌법선언문이 발표되면서 전국적으로 반무르시 시위를 촉발했다. 이어 사법부와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12월에는 헌법선언문이 철회되고, 이달 초 헌법재판소는 무르시 지지파로 구성된 상원과 제헌의회 구성이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다.
한편 29일 터키에서도 이스탄불 도심 탁심광장에 수천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는 등 반정부 시위가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스탄불 도심의 게지공원 개발 반대 이슈로 시작된 이번 시위로 현재까지 4명이 숨졌다. 이슬람주의로 치닫는 정부세력에 불만을 품은 국민들이 일으킨 시위라는 점에서 이집트와 닮은꼴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