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입력 2013-06-30 19:14
북한 변화를 전제로 한 ‘새로운 한반도’ 至難한 과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3박4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30일 귀국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성과는 적지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박 대통령을 ‘라오펑요우(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르고, 두 정상이 예정에 없던 특별오찬 자리까지 포함해 이틀 동안 7시간30분이나 만나 우의를 다진 것부터 의미가 크다. 박 대통령은 중국 정치서열 2위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 3위인 장더장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도 면담하며 정치·안보 분야의 공조를 강화했다. 중국 측의 파격적 예우에 박 대통령은 경기도 파주 공동묘지에 안장돼 있는 중국군 유해 367구를 유족들에게 송환하겠다는 ‘깜짝 선물’로 화답했다. 박 대통령이 방중 기간 내내 강조한 대로 양국 수교 이후 20년의 성공적 관계를 넘어 새로운 20년을 여는 신뢰의 여정을 본격화하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20년의 여정’은 이제 막 출발했을 뿐이다. 한·중 두 정상이 다양한 분야에 공감의 폭을 넓힌 점은 긍정적이나,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이런 점들이 갈등으로 분출돼 양국 관계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후속대책 마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북한 핵 문제의 경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중국 측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 눈에 띈다. 시 주석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낙관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아주 올바른 방법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북핵을 용납할 수 없고,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하지만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신뢰를 쌓아가면서 남북 공동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간다는 자신의 대북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나아가 칭화대 연설을 통해 ‘새로운 한반도’를 화두로 제시했다. 남북 사이의 대립과 불신이 가득한 한반도를 남북 구성원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안정되고 풍요로운 아시아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한반도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번영을 위해 먼저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구상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스스로 변하기보다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국제사회가 일관된 목소리로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 면에서 한·미·중 3국 정상이 다소 온도차이는 있지만 대북 압박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북한이 요지부동이라는 데 있다.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한반도 긴장의 근본 원인이라는 등의 억지를 부리고 있다. 북한이 강경 모드를 이어가는 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추진은 여의치 않을 것이다. 북핵 문제라는 지난(至難)한 과제를 풀어 ‘새로운 한반도’로 나아가기 위해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