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甲’ 금감원, 금융사 돈으로 연봉잔치

입력 2013-06-30 18:47


장기불황으로 금융회사들이 인원 감축 등 극약 처방을 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금융권 ‘슈퍼 갑(甲)’ 금융감독원은 ‘연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각 금융회사로부터 거둔 감독분담금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금감원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약 9200만원으로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보다 1400만원 많았다.

30일 금감원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경영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2011년보다 293만원(3.3%) 오른 9196만원을 기록했다. 9000만원대 연봉은 1999년 금감원 설립 이후 처음이다. 원장과 부원장 등 임원 연봉은 제외하고 계산한 금액이다.

지난해 금감원 직원들은 기본급(5076만원)과 고정 수당(2708만원)으로 평균 7784만원을 받았다. 성과 상여금(684만원), 실적 수당(542만원), 급여성 복리 후생비(187만원) 등 각종 수당은 1400여만원에 이른다. 금감원 직원의 평균 연봉은 제조업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주는 현대자동차(8900만원)보다 300만원 많다. 일반 제조업체의 평균 연봉은 3000만∼4000만원에 불과하다.

부원장보 이상 임원은 직원들보다 인상률이 더 높았다. 2011년 3억594만원이었던 금감원장 연봉은 1년 만에 3억3485만원으로 9.4%나 뛰었다. 금액으로는 지난해 공공기관장 평균 연봉 1억6100만원의 2배가 넘는다. 금감원 감사와 부원장(3명), 부원장보(8명) 등 임원 12명도 지난해 연봉이 10%씩 올랐다.

금감원은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등 고임금 전문인력이 전체의 20%에 달하고 직원 평균 연령이 41.8세로 장기근속 인력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봉 수준이 금융권에선 중간 정도밖에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권 내에서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전체 업종을 통틀어 시가총액 7위인 삼성생명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8900만원)은 금감원보다 300만원 적다. 삼성화재(7200만원), 기업은행(6500만원), 삼성카드(6400만원), 신한은행(6300만원), 국민은행(6200만원) 등도 금감원보다 2000만∼3000만원씩 적다.

지난해 금감원 운영수입은 2538억원으로 이 가운데 1737억원은 매출규모에 따라 각 금융회사가 낸 감독 분담금이다. 여기에 금융사가 각종 유가증권 발행을 신고할 때 내는 발행 분담금(695억원)과 기타 수입 수수료(6억원) 등까지 합치면 금융사 돈이 96.1%를 차지한다. 나머지 100억원은 한국은행 분담금으로 국민 세금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