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中과 회담서 입장 적극 밝힐듯… 한·미·일은 북한 비핵화 압박

입력 2013-06-30 18:36 수정 2013-06-30 22:49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이 브루나이의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맞붙는다. 공식 6자회담은 아니지만 각종 양자회담을 통해 각국 입장을 천명하고 조율하는 기회인 만큼 참가국들 사이의 총력 외교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북한 역시 아·태 지역의 유일한 국제 안보협력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의기양양하게 입국한 북한 외무상=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30일 낮 만면에 웃음을 띤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반다르스리브가완에 도착했다. 공항 귀빈 전용 출구를 통해 나온 박 외무상은 대기하던 한·일 취재진 40여명에게 두 손을 모아 치켜드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남북 또는 북·미 대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에게는 일절 대응하지 않은 채 BMW 차량을 타고 숙소인 엠파이어호텔로 떠났다.

북한 대표단은 박 외무상 외에 이흥식 국제기구국장, 김명길 부국장 등으로 구성됐다. 북한 권력 실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조카 장용철 주말레이시아 대사도 박 외무상을 수행 중이다. 숙소에 도착한 이흥식 국장은 기자의 잇단 질문에 “자기소개나 하고 말하라”고만 답변했다. 북측 대표단이 묵는 엠파이어호텔은 미국 중국 러시아 대표단도 함께 사용한다. 따라서 회의 기간 북한과 미국이 정식 만남은 아니더라도 조우 수준의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ARF 의장성명 둘러싼 외교전=북측은 1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리는 북·중 양자회동 등 여러 양자회담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 미국 등과 비핵화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고, 미국이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북한은 사전에 배포된 ARF 의장성명 초안에서도 “우리들에 대한 적대정책이 핵 문제와 한반도 긴장을 악화시키는 근원으로, 즉시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먼저 허용해야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게 한·미·일의 기본 입장이다.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는 1일 또는 2일 열릴 예정이다. 한·중 외교장관도 30일 회담을 통해 “한·중 정상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고 밝힌 공동인식을 상기하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안정을 위해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까지 5일 연속 만났다.

◇새 정부 첫 한·일 외교장관회담 주목=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한·일 외교장관회담도 브루나이에서 1일 열린다(국민일보 6월 24일자 1면 보도). 이번 회담은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유로 윤 장관이 4월 방일을 전격 취소한 지 두 달여 만에 성사된 것이다. 윤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에게 일본 정부 인사들의 그릇된 역사인식이 양국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다르세리베가완(브루나이)=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